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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 성당과 사찰의 20년 우정…“경축일 함께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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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 2026-01-14 08:31:51 수정일 2026-01-14 08:31:51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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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대한불교천태종 금광사, 성탄·부처님 오신 날 함께 축하하며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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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0일 ‘주님 성탄 대축일’을 기념해 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을 찾은 대한불교천태종 금광사 관계자들과 성당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공식 신부 제공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의 성당과 사찰이 20년 넘게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주임 박공식 보나벤투라 신부) 주변에는 열 개가 넘는 개신교회와 세 곳의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당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금광사는 광주에서 유일한 대한불교천태종 사찰로, 본당과 오랜 시간 이웃 종교로서 관계를 맺어왔다.

본당과 금광사는 부처님 오신 날과 주님 성탄 대축일 등 각 종교의 경축일마다 축하 화분을 주고받아 왔다. 단발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진 이러한 왕래는 자연스럽게 이웃 종교 간 대화의 통로가 됐다.

교류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당 공동체 안에 형성된 문화가 있다. 주임신부가 인사이동으로 바뀌더라도, 신자들 사이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이면 절을 찾아가 함께 비빔밥을 먹으며 축하한다”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웃 종교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뿌리깊게 자리했기에 신부가 바뀌어도 이러한 문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또, 일상적인 왕래와 교류가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사목자들도 공감해 왔다.

2025년 12월 20일에는 금광사 주지 이보국 스님과 지영필 신도회장 일행이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성탄절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본당을 찾았다. 박공식 신부와 본당 사목회 임원들이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성당 곳곳을 둘러봤다.

박 신부는 “성전 안에 있는 제대와 감실을 소개했는데, 특히 고해소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고해소 안을 직접 보여주며 성사를 어떻게 보는지 설명했다”고 전했다. 종교는 달라도 한국 사회에서 성직자로 살아가며 겪는 현실은 비슷하다. 이날 만남에서 신자 감소 등 종교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본당 역시 2025년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금광사를 찾아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기념일마다 서로를 찾아 안부를 묻는 모습은 이제 이 지역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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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0일 ‘주님 성탄 대축일’을 기념해 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을 찾은 대한불교천태종 금광사 이보국 주지스님이 박공식 신부로부터 고해성사소 앞에서 성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공식 신부 제공

특히 본당과 금광사의 관계는 2025년 1월 박 신부가 부임한 이후 더욱 가까워졌다. 이보국 주지스님 역시 비슷한 시기에 금광사로 부임하면서, 두 성직자는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신부는 과거 사목지에서도 이웃 종교와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왔다. 장성본당 주임 신부 시절에는 백양사 주지, 원불교 교무와 함께 종교평화회의를 열어 연 2~3차례 식사를 함께했고, 나주시노인복지관장으로 사목할 당시에도 여러 불교 종파 스님들과 교류한 경험이 있다.

본당과 금광사는 앞으로의 교류 방향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다. 부처님 오신 날과 주님 부활 대축일 등 의미 있는 날에는 남성 신자와 신도들이 함께하는 체육대회를 열고, 가을에는 불교 합창단과 본당 성가대가 참여하는 공동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신부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당이 동네 근처의 절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모습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줄 때 종교가 지닌 본래의 매력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