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미국식 경영 관행이 필요한 교황청

최용택
입력일 2026-01-14 08:30:19 수정일 2026-01-14 08:30:19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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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지난해 12월 22일 성 베드로 대성당 축복홀에서 교황청 관리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CNS

레오 14세 교황은 1월 7일부터 8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첫 특별 추기경회의에 가톨릭교회의 모든 추기경을 소집했다. 논의 주제에는 교황청 조직도 포함돼 있다. 특별 추기경회의는 “교회의 특별한 필요 또는 더 중대한 사안의 처리가 필요할 때” 교황이 소집할 수 있다.

교황청 조직은 주교들과 추기경들이 모일 때마다 늘 논의되는 단골 주제다. 이를 개혁하는 문제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79년에 소집한 첫 특별 추기경회의 의제에 올랐고, 1982년과 1985년에도 다시 다뤄졌다. 또한 로마에서 열리는 다른 회의들, 세계주교시노드, 추기경회의, 콘클라베 전 추기경들의 모임 등에서도 자주 거론됐다.

교황은 12월 12일자 서한에서 추기경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에 교황청을 개혁하기 위해 반포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읽고 숙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교황은 제4조가 말하는 ‘보편교회와 개별교회(지역교회)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내재성의 관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교황청과 교구장 주교들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교회 안에서 민감한 주제였다. 이는 미국에서 ‘연방주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즉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에 비길 만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교회 권위가 교황에게 강하게 중앙집중돼 있었다. 공의회는 각 교구 안에서 주교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수행하는 역할, 그리고 주교회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공의회 이후 이 논쟁은 정치화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시기에는 진보 진영이 주교와 주교회의의 역할을 강조했고, 보수 진영은 교황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시기에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 자리를 바꿨다. 말하자면, 교황이 마음에 들면 중앙집권적 교회를 지지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권화를 지지하는 식이다.

제4조를 특히 강조한 것은 레오 14세 교황의 교황청 개혁 접근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개혁이 직원들의 개인적 회심과 영적 쇄신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교황청 직원들의 회심이 기관 문화 변화를 위해 필수적이긴 하지만, 원활한 운영을 위한 틀을 제공하는 구조적 변화도 여전히 필요하다. 교황청이 더 이상의 스캔들 없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강력한 ‘법무(사법) 부서’와 강력한 ‘재무 부서’가 필수적이다.

교황청을 바라볼 때, 교회에 고유한 것이 무엇인지와 세속 조직과 비교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회는 세속 조직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세속 조직들은 박물관을 운영하고, 건설을 수행하며, 물품을 구매하고, IT를 활용하고, 임대 부동산을 관리하고, 기금을 투자하고, 건물을 청소·보수하고, 예산을 편성·운영하며, 인사(HR)를 관리한다. 이런 활동들에는 신성하거나 특별한 것이 없다. 교황청의 관행은 최고 수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영 컨설턴트를 영입해 문제와 해법을 진단해야 한다.

교황청에서 재정 관리는 늘 문제였다. 바티칸은행은 스캔들에 연루됐고, 교황청 국무원은 런던 부동산 거래 사기에서 약 1억5000만 달러를 잃었다. 교황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과제는 교황청 재정을 통제하는 일이다. 바티칸은행은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시기에 정화 작업이 이뤄졌지만, 교황청의 ‘국부펀드’ 격으로 불리기도 하는 사도좌재산관리처는 다른 부서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점검과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은 공짜가 아니다. 바티칸은행을 정화하는 데에도 컨설턴트·감사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가 들었다. 사도좌재산관리처를 개혁하는 데 역시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개혁이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만 줄 수 있다면, 가톨릭 기부자들은 기꺼이 힘을 보탤 것이다.

또한 교황청에는 사람과 재산에 대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법무(사법) 부서(Department of Justice)’가 필요하다. 현재 교회법상·민사상 범죄를 수사하는 책임은 교황청의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다. 예를 들어 성학대 사건은 신앙교리부가 다룬다. 어떤 주교나 수도회가 교회 재정을 유용하는 사건은 다른 곳에서 다뤄진다. 또한 많은 경우 수사자, 검사, 판사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적법절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물론 우리는 종교재판소의 부활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학대 위기와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과 다른 이들이 연루된 최근 교황청의 재판이 보여주듯, 유능한 수사관과 변호사들로 구성된 부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검사들이 제시한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별도의 판사단이 있어야 한다.

이제 교황청에도 미국식 경영 관행이 도입돼야 할 때다. 미국인 교황조차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스캔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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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토머스 리스 신부
미국 예수회 사제로 1974년 사제품을 받고 ‘아메리카’지 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인사이드 바티칸」 등 교회 조직과 정치에 관한 다양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