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새만금’ 이름을 다시 생각한다

이호재
입력일 2026-01-14 08:47:12 수정일 2026-01-14 08:47:12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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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부실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으로 떠들썩할 때만 해도 새만금이라는 곳은 내 관심사에서 희미했다. 그러다 그 이름이 인장처럼 박히게 된 것은 2024년 노틀담 수녀회 생태영성세미나 때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보고 나서다. 영화는 군산, 김제, 부안 사이에 흐르는 만경강과 동진강 발치에 펼쳐진 천혜의 갯벌 해안에 33.9km의 세계 최장 방조제가 생기면서 일어난 사연을 들려주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갯벌을 파괴하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의 사투가 펼쳐졌다.

새만금은 바로 이 갯벌을 매립해 옥토로 만들겠다며 만경평야의 '만'과 김제평야의 '금(김)'을 합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전에 만경강-동진강 하구 갯벌로 불리던 때는 바지락과 온갖 생물들이 지천이었고, 풍부한 먹거리 때문에 하늘을 가릴 만큼 많은 다양한 철새가 춤을 추던 곳이다. 주민들도 이 갯벌에 기대어 풍족하게 살았다. 특히 도요새 십만 마리의 군무를 목격한 이들은 1991년 방조제 공사의 첫 삽을 뜨던 때부터 지금까지 만신창이가 된 새만금을 부둥켜안고 새 한 마리, 조개 하나라도 더 살아남아 있는지 찾아 헤매고 있다. 대표적인 그룹이 ‘시민생태조사단’이다. 누가 시킨 것도,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수십 년간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그 이유가 나를 새만금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아름다움을 본 죄라는 것이다!

하느님을 모르고 ‘아름다움을 본 죄’만으로도 이토록 자연을 돌보는 그들 앞에서, 나는 ‘아름다움’ 자체인 창조주 하느님을 믿고 사는 수도자인데도 새만금에서 벌어진 생태 학살조차 몰랐다는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너무 늦게야 새만금을 알게 된 것이 죄스럽기까지 했다. 그 후 나는 ‘아름다움을 본 죄’라고 답하는 아름다움을 본 죄인이 되어 2025년 2월 새만금 환경생태 1차 기행에 참가하였다.

새만금 내 수라갯벌과 해창갯벌, 잼버리 야영장까지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방조제가 생기고 매우 적은 해수 유통이 얼마나 새만금을 썩게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조개와 생물들이 폐사하고 철새들이 줄어들고 갯벌 생태계가 무너졌는지,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위한 개발을 위해 갯벌을 육지화하는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리고 수십조가 넘는 혈세를 부어야 하는지, 이미 적자운영 중인 군산공항 옆에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을 없애고 지으려는 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이 무안국제공항의 650배에 달할 만큼 높은지 등이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창조 작품을 인간이 감히 이렇게 훼손하고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지 두렵기까지 했다. 기후학자들의 예견으로 보면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는 한,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잠길 날이 그리 멀지 않은데 개발자들은 이 사실을 염두에나 두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이렇게 거대한 자연을 파괴하고도 새만금이 옥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새만금보다는 옛날처럼 만경강-동진강 하구갯벌로 부르자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새만금이 이름값을 못 한다는 반증이다. 사실 옥토는 갯벌 그 자체로 있을 때였다. 그 위에 사람들이 거룩할 정도로 무릎 꿇고 바지락을 쓸어 담을 때였다. 철새들이 하늘을 덮을 때였다. 천지창조 때부터 하느님은 흙으로 온갖 짐승과 하늘의 온갖 새를 빚으신 다음 사람의 협력자로 데려오셨다.

다만 사람이 그들을 알맞은 협력자로 여기지 않았을 뿐이다.(창세 2,18-20 참조) 우리는 정녕 새들이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생태계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협력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그들의 군무는 ‘아름다움을 보는 죄인’을 더 많이 낳고 최선을 다해 창조세계를 돌보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내 안에 새겨졌던 새만금이 흐려지고 ‘새만은(새많은) 갯벌’이라는 이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새만은(새많은) 갯벌’을 너도나도 자꾸 부르면 말이 씨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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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1988년 노틀담 수녀회에 입회했고,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생명문화학 석사를 받았다.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에서 생태영성교육을 담당하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환경운동 실천 공로로 인천광역시의 ‘제1호 환경특별시민’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