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곤잘레스 주지사 민법 개정안 승인…‘생명운동 역사 기념비적 사건’
[외신종합] 카리브해 북동부의 섬나라 푸에르토리코가 잉태됐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자연인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생명운동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실질적인 국가 수장인 제니퍼 곤잘레스 주지사는 2025년 12월 21일 기존 민법을 개정하는 법률 183-2025호를 승인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지만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어 주지사가 국가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민법 개정에 대해 일부 법학계와 의료계 등에서 반대했지만 그리스도교 교회들의 노력으로 결국 개정이 이뤄졌다.
푸에르토리코 가톨릭교회는 잉태된 순간부터 생명권을 인정하는 이번 민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산후안 소재 산타 로사 데 리마 성당 주임 카를로스 페레스 토로 신부는 “푸에르토리코의 생명운동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며 “수정의 첫 순간부터 자연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태아도 법적 인격과 권리능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토로 신부는 2020년 말 발효된 푸에르토리코 새 민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으로 참여했으며, 인간 존엄과 종교 자유 같은 쟁점을 둘러싼 입법 논의에서도 법률 자문으로 봉사해 왔다.
토로 신부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아직 태아인 인간이 태어난 뒤와 마찬가지로 모든 권리를 지닌 자연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정받았다”면서 “이제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용할 새로운 수단을 갖게 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리자”고 말했다. 개정 민법이 적용되면서 푸에르토리코의 모든 임신부는 태아를 상속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푸에르토리코 개정 민법이 태아와 임신부에게 가져올 변화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토로 신부는 “민법은 사인(私人)들 사이의 관계, 재산 관계 등을 규율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세금 문제의 경우 푸에르토리코에서 모태 안의 태아를 세금 신고 시 새로운 부양가족으로 포함해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푸에르토리코 민법 제74조가 인간의 존엄과 명예,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행동의 자유, 사생활, 주거의 불가침, 신체적·도덕적 온전성, 지적 창작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권리를 인정한다”며 “이 모든 권리가 모태 안에 있는 태아에게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개정 민법이 태아를 자연인과 동등한 권리 주체로 인정함에 따라 푸에르토리코의 전통적인 문화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로 신부는 태아가 더 이상 모태 안의 세포가 아니라 푸에르토리코의 여성들이 뱃속의 아기를 부르는 말인 ‘네네(nene)’라고 언급하면서 “이 개정 민법은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네네가 한 인간이라는, 문화적 정의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생명운동 단체인 ‘수전 B. 앤서니 프로라이프 아메리카(Susan B. Anthony Pro-Life America)’ 켈시 프리처드 홍보국장은 “이번 푸에르토리코의 새 민법은 섬 전역의 아기들과 엄마들을 위한 역사적 승리이자, 미국의 입법자들에게 강력한 본보기가 된다”며 “과학은 고유한 인간 생명이 수정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고, 이 법은 과학을 현실적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