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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상3동본당 청년회 “‘같이’의 가치로 화합의 열매 맺다”

박주현
입력일 2026-01-07 08:28:16 수정일 2026-01-08 09:06:22 발행일 2026-01-11 제 347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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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돕기 모금 위해 묵주·간식 등 제작 판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 400만 원 전달

어려움은 공동체를 더욱 단단히 엮는 힘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함께 극복해 낸 기억 속에서 더 깊이 연결된다. 조금은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고 일어선 청년들이 있다. 침체된 본당 청년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기도와 애덕을 나누고, 공동체 안에 ‘같이’의 가치를 새롭게 싹 틔운 이들. 인천교구 부천 상3동본당(주임 김영건 베난시오 신부) 청년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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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진행된 기부금 전달식 후 병원 원목실장 최솔 신부(뒷줄 가운데 오른쪽)와 본당 청년회 장소영 회장(앞줄 가운데), 장혜원 부회장(가운데 왼쪽) 등 청년회원들과, 이세희 청년분과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병원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상3동본당 청년회 제공

‘같이’로 쓰고 ‘가치’로 읽는다

소아암 환자 돕기 모금, 청년 레지오 마리애 창단, 교구 희년 순례지 순례…. 본당 청년회가 2025년 한 해 동안 실천한 청년회 활성화 계획의 일부다. 취업과 학업, 입대 등으로 상당수 청년이 성당을 떠나고 청년 미사 참례자가 대여섯 명까지 급감하던 현실에서 기획됐다.

청년회는 여유롭지 않은 시간과 경제 형편을 고려해 수익사업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고, 이웃과 나누는 활동을 계획했다. 2023년 주일학교 교사들이 먼저 시작했던 소아암 환자 돕기 기부 활동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매주 손수 구운 빵과 과자를 성당에서 판매하고, 부활 대축일에는 딸기 라떼를,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직접 만들어 팔았다. 신자들의 기부금을 받고 직접 만든 묵주 나눔도 했다. 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같이’의 정신이었다. 제과 반죽은 하루 전부터 준비했고, 가정용 오븐으로 소량씩 구워야 했지만, 청년들은 값을 올리지 않고 시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다.

주일 새벽 6시부터 고구마를 굽고, 야외에서 7시간가량 판매한 뒤 오후 7시 청년미사까지 참례하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청년들의 열정에 동참하고자 별도로 기부금을 넣고 가는 신자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묵주를 만들 때는 한 알 한 알 꿸 때마다 기도문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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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인천교구 부천 상3동본당 청년회원들이 소아암 환자 기부금 모금 활동으로 아침 8시 성당에서 고구마를 굽고 있다. 상3동본당 청년회 제공

2026년 1월 2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 그간 모은 400만 원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청년들은 “고생하는 시간마저 서로 나누며 일치를 이뤄낸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되새겼다. 희년 순례 역시 단순한 전대사를 넘어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으로 삼았다.

‘같이’의 가치가 생동하는 공동체가 됐음이 입소문을 탔던 걸까. 하반기에는 청년 레지오 마리애에 많은 청년이 자발적으로 입단 신청하는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청자 중에는 전입한 지 얼마 안 된 청년도, 이웃 본당 청년도 있었다.

3월부터 창단을 준비하며 꾸준히 홍보했지만 무반응이었던 상반기의 분위기를 뒤집은 반전이고 기적이었다. 그 결과 ‘바다의 별’ 쁘레시디움이 단원 6명으로 11월 정식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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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2일 인천교구 부천 상3동본당 청년회원들이 청년 미사 전 성당 교리실에 모여 기부금을 보내온 신자들에게 제공할 묵주를 만들고 있다. 상3동본당 청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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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인천교구 부천 상3동본당 청년회원들이 성당에서 손수 만든 묵주를 진열하고 소아암 환자 기부금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상3동본당 청년회 제공

‘함께’라는 나무가 맺은 ‘변화’의 열매

1년 만에 주일 청년미사 참례 인원은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청년회 소속 인원도 28명으로 늘었다. 청년 레지오 마리애 단원을 중심으로 모두를 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고3 수험생은 물론 오랜 냉담 끝에 돌아온 청년들도 자연스럽게 앞자리에 함께 앉았다.

2025년 1월 전입한 신건호(루카) 씨는 “미사 후에도 청년들이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고 활동을 권해 빠르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나도 환대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학업, 직장 생활로 바쁜 가운데 청년들은 간신히 시간을 쪼개 함께했다. 누구 하나 생색 내지 않고 서로를 먼저 챙긴 시간 속에, ‘같이’의 가치는 자연스레 체화됐다. 청년들은 “본당 청년회가 다시 살아난 기적도,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고백한다. 성인 레지오 마리애 간부들이 바다의 별 회합에 참관하며 지속적인 도움을 전하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됐다.

장혜원(카타리나) 청년회 부회장은 “계획 단계부터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신부님들, 기부에 함께해 주시고 냉담 청년들을 우리에게 연결해 준 본당 어른들께 감사드린다”며 “언제나 가까이에서 먼저 도와주시는 청년분과장님께도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상3동본당 이세희 청년분과장, “청년들이 이룬 보물들 지키는 우군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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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3일 인천교구 부천 상3동본당 청년회원들과 이세희 청년분과장(맨 오른쪽)이 성당에서 소아암 환자 기부금 모금을 위한 딸기 라떼 판매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상3동본당 청년회 제공

본당 청년회가 열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사목 체계와 묵묵히 동행한 어른들의 역할이 있었다.

본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와 산하 청년분과는 ▲재정 지원 ▲시설 제공 ▲활동 홍보 및 신자 협조 요청 ▲계획·예산 조력 ▲문제 발생 시 공동 해결 등 여러 방면에서 청년회의 조직적 활동을 도왔다.

특히 청년분과는 현장 중심 조력자이자 중간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청년 활동에 함께하고, 세대 간 소통을 매개하며, 어려움이 생기면 곁에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했다.

이세희(베로니카) 분과장은 “협조적으로 무엇이든 해보려는 청년들의 진심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이들이 온전히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른들도 적극적으로 서포터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원이 부족해 청년미사에서조차 흩어져 앉는 청년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다른 시간에 미사에 참례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청년미사로 초대하는 등 이 분과장의 세심한 도움도 청년회 초기 응집에 큰 보탬이 됐다.

그는 “하느님을 닮아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고, 공로를 다른 이에게 돌리며 오히려 자신은 드러나지 않으려 하는 청년들의 선한 마음이 더 많이 조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물건을 더 비싸게 팔아도 신자들이 기특해하며 사 주셨을 거라는 걸 알았을 텐데, 청년들은 공동체를 위해 기쁘게 헌신했죠. 그 노력이 더 보상받기를 바라는 사람은 오히려 저희 평협과 청년분과 사람들일 거예요. 그래서 저희 어른들의 꿈은 참견쟁이가 아니라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겁니다. 청년들이 이뤄낸 소중한 것들을 지켜주는 우군이 되고 싶습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