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감히 이 순례긔를 씀은 주의 믁시나 혹은 현몽으로 련옥을 본 것은 아니다. 성회의 교리에 의하야 상상으로 쓴 것이다. 미련(未練)한 이 처녀작을 편달과 가라침을 함끠 빌며, 세상에 내여놋는다. |
작자는 몬저 순례긔를 쓰기 전에 시성 딴테의게 빈다. 영원의 시성(詩聖) 딴테여! 당신의 그 거륵한 시혼(詩魂)을 빌니소서. 나도 감히 영원세계에 나그내 되여 선생님이 눈물과 신념으로 다니시든 그 시(詩)의 길을 밟을가 함니다.
一, 巡禮의 動機
별저믄 새벽하날 종소래만 슯히 울어
이 련옥 순례긔를 쓰게된 동긔는 작년 가을이다. 쓸쓸한 북쪽나라의 깁흔 가을 그 어너날 곳 十一月二日 추사이망(追思已亡) 첨례날이엿섯다.
이날은 왼일인지 아참부터 마암이 슬픗한데다가 별저믄 가을날 새벽 하날에 련령을 위로하는 미사 종소래가 슬프게 들녀온다. 발서 비애와 신념이 가득한 성당에서는 『영원한 위안을 뎌들의게 주소서』라는 입제창(入祭唱)이 들닌다. 그때부터 나는 눈을 감고 이 현실을 떠나서 영원세계의 아득한 길을 질팡갈팡 헤매면서 구텬에 올나 모든 신성의 영원한 복락을 믁상하다가 갑작이 음부에 나려 마귀와 악인들이 밧난 영원한 불바다를 바라보다가 엇지엇지해서 련옥을 차자 괴로와하는 령혼들을 방문하며 뒤도라서 림보에 드러간즉 깨끗한 영해들이 참아 볼 수 업는 락망과 비애의 얼골로 한업시 우는 것을 보다가 눈을 뜨니 동창에는 금빗의 아참빗치 빗최엿고 제대와 흑포를 덥흔 곽(棺) 두루에 켜잇는 촛불이 가므락 거리며 잇다. 미사도 끗나고 모든 례식이 끗난 뒤에 모다 공동묘디로 올나갓다.
적막한 가을 공산 놉고 나즌 저 무덤
이 역산쳔에 목숨을 빌다가 멀니 땃듯한 고국을 바라보며 하나식 둘식 생의 거리를 떠나 쓸쓸한 북망산 우헤 영급의(永劫) 집을 지은 그 수를 혜아릴 수 업다. 놉고 나즌 저 무듬을 바라볼 때 문득 이 유행가를 생각하엿다. 『락양성 十리 허에 놉고 나즌 저 무덤아 영웅호걸이 몃몃치며 절대가인이 몃몃치냐』
과연 참이다. 응당코 저 무덤 속에는 남모로는 영웅호걸이 몃몃치며 성인군자가 몃몃치며 절세가인이 얼마일가. 저들이 이세상에 살앗서는 누구든지 무한한 리상과 원대한 포부를 가삼에 안고 그를 실현하랴고 애쓰다가 운명의 발아레 그만 청춘도 가고 백발도 갓다. 어린이도 죽고 장정도 넘어젓다. 성인도 가고 악인도 갓다. 부자도 가고 빈자도 갓스며 권세 잇는 자도 가고 약소한 자도 가고 마럿다. 이제는 다가티 한점 흙이 되여 공산을 직희며 가막까치 벗을 삼아 가을바람 봄비를 몃만년을 마즈며 누엇스랴. 지나간 녯날이 한바탕 꿈이며 일허진 녯시절이 풀닙헤 이슬이더라.
슬픈 긔도 소래가 끗나고 모다 고개를 숙이고 믁렴한다. 이때는 이곳에도 모힌 수백의 남녀들이 모다 죽음을 압헤 두고 우는 자 한숨지우는 자일 것이다.
우리 몇사람은 뒤떠러저 화강석으로 깍가세운 십자가 미테 느러안자 만산에 단풍과 눈압헤 닉은 곡식이 금물결을 치는 것을 바라보며 인생의 무상(無常)을 한업시 늣기엿다.
허무의 허무로다 모든 것이 허무로다
짤막한 생의 거리에 덧업시 헤매다가 우리도 저긔 저모양 되고 말 사람의 한평생이 이다지도 허무하고 무상한가. 영원히 갈 길을 가고야 말 우리가 오날은 이 현실의 세상에서 울고 웃는다마는 래일은 우리의 날이 아닌 것을 생각할 때 지나온 녯날이 허무의 허무이며 모든 것이 허무라고 부라지진 살로몬이 말삼이 절절한 진리가 아니고 무엇이랴. 쓰라린 현재와 무상한 미래를 드려다볼 때 가삼에 쏫는 비애는 어나틈에 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을 짓고만다.
이것은 자연에서 삼긴 비애이다. 인간본능이 우는 눈물이다. 빗나든 청춘의 세계에 쓸쓸한 가을 바람과 무삼희망이 만흔 듯 하든 나의 반생이 그만 한거름 두거름 죽음의 실로 드러가는 것을 압서간 동모들이 무덤 사히에서 늣기고 눈물지운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겟다. 좀 초자연하게 영원세계를 믁상하자. 여긔 뭇친 이 사람들이 즉금은 어데서 엇더케 지날가. 모다 무듬 압헤 돌이나 나무의 십자가를 가젓스니 모다 텬당에 놀고 잇슬가. 그러타면 저들은 얼마나 행복한 자들이며 내가 즉금 눈물로 저들을 생각한다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내 역시 죽은 뒤에 내 무덤 압헤 십자가를 세울 것이다. 나는 참으로 영원한 텬당에서 즐기난 자가 될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인생의 수수걱기다. 엇지 십자가 세운 것으로 그들의 미래를 판단하랴. 아모리 생각하여도 저들이 다 텬당으로 갓다하기는 밋을 수 업스며 그러케 밋기도 슬타.
응당코 성답게 살엇드면 물론 뎌들이 갈 곳이 텬국이겟고 악으로 맛초왓다면 디옥이 뎌들의 것인 것은 밋음으로 안다마는 성도 아니고 악도 아닌 미지근하게 살다가 도라간 사람이 얼마일가. 이들은 뎡영코 텬당도 아니고 디옥도 아닌 별세계에서 벌을 밧고 잇슬 것이다. 이곳이 련옥일 것이다. 자모이신 성교회는 바로 가라첫다. 어제날 저 성첨례를 뎡하야 하날에 잇는 모든 신성의 복락을 축하하게 하고 오날은 모든 텬령을 위하야 긔도하게 함은 즉금 답답하게 헤매는 나의 정신을 싀원하게 께워준다.
나는 망념인지 모르나 여긔 뭇친 사람들이 거의 다 이 련옥에 잇스리라 한다. 만일 련옥에 잇다면 뜨거온 불가마에 온갓 고로옴을 견데며 우흐로 영복을 바라며 우리사는 세상을 바라보고 구원하여 달나고 애타게 부라지질 것이다.
싀들은 풀밧헤 말나진 국화를 꺽그면서 북망산을 나려오니 비탈진 산길에는 가을 싹인 붉은 입이 우수수 떨고 잇다. 그날은 해가 저물도록 마암이 슬픗하고 늘 눈압헤 뵈이는 것은 유황불이 이글이글 타는 련옥, 그 불속에 앗가 무듬을 보든 그 령혼들이 괴로와서 부라지지는 것을 생각하엿다.
왜 련옥이 이다지도 인연 깁흐게 생각나는지 아마도 내가 꼭 그곳을 갈 것 갓다.
벽틈에 귀뚜람이 슬피울고 압창에 무심한 달빗흔 밝앗는데 가삼만 답답하고 생각은 한업시 깁허진다. 지나온 나의 반생을 도라다보니 눈물의 일긔만 적혀잇고 현재를 뒤저볼 때 쓰라림과 고통만 싸혀잇다. 속고 속은 반생을 통하야 미래를 바라볼 때 또다시 속아 살길 밧게 나타나지 안는다. 이러케 깁흔 데로 나즌 데로 과거로 현재로 미래로 생각을 끌고 다니다가 언제 잠이 드럿는지 생시도 아니고 꿈도 아닌데 귀에 은은히 들니는 쏘래는 구슬픈 련도 소래이다. 나는 갑작이 생각하기를 니웃집에서 아마 주년 련도를 드리는 모양이라 하고 도라누엇다.
비몽이냐 사몽이냐 날 찻는이 그 누구냐
그때이다. 꼭 그때이다. 캄캄한 중에도 그이의 얼골은 보인다. 볼사록 만히 낫닉은 얼골 자세히 본즉 모르는 사람이다.
그이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나는 무심코 벌뜩 니러나 그의 손을 잡앗다. 그는 나를 니라키며 자긔를 따라가자 하기에 나는 꼭 친한 벗의게 글녀가는 모양으로 따라나섯다.
캄캄한 밤 별빗과 달빗치 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빗최는 밤이다. 그는 생전에 내가 보지 못하든 곳으로 간다. 아모리 둘너보와도 산도 집도 업는 망망한 들판이다. 아모리 정신을 차려보와도 우리는 구름 속으로 드러가는 것 갓기도 하고 푸른 바다 우흐로 거러가는 것 갓헛다. 얼마를 갓든지 그이는 나의 손목을 노코 우스며 자긔등에 업히라고 한다. 나는 꼭 어린아해가 누의의 등에 업힘과 가티 그의 등에 업히엿다. 그때 그이의 겨드랑 미테서 눈빗갓흔 두 나래가 좌우에 버러지고 압헤는 휘황한 빗치 나타난다. 그때야 비로소 나는 아하 이이가 나를 직희는 호수텬신이고나 하엿다.
그는 두 나래를 훨훨치며 아득한 밤의 공간을 거침업시 나라간다.
망망한 저 구름 밧게 불세계가 어데매냐
얼마를 갓는지 몃날을 갓는지 나는 모르는데 멀니 구름밧게 둥근 큰 불세계가 꼭 아참바다에 해가 떠오르는 것 가티 나타난다. 그러나 결코 해는 아니다. 텬신은 그 불덩어리를 보고 다란간다. 맛치 망원경을 들고 원근의 도수를 맛추는 라사를 틀면 콩만하든 산이 점점 커저 눈압헤 와서는 그만 산도 아니고 무엇이라 분별할 수업는 것이 눈을 덥치는 모양과 가티 큰솟두껑만하든 불덩이가 점점 커저 나종에는 우리는 왼통 그 불덩이 속에 마뭇첫다.
텬신은 그 불세계를 갓가히 와서 다시 나래를 옴으리고 큰 문압헤 불칼을 들고선 텬신을 보고 믁례하니 그 문직이 텬신이 우스며 날르 본다.
나는 여긔가 어데인가 녯날 아담 에와가 에덴동산에서 쫏겨날 때 불칼을 든 텬신이 동산문을 직혓다드니 이곳이 어데일가 혼자 생각할 동안에 문직이 텬신이 열쇄로 그 큰 문을 열어제치니 맛치 풀무독 안에 든 불이 풀무를 불면 밧그로 내닷는 것과 가티 불김이 큰 문으로 내닷는다. 나는 깜작 놀나 잡바지니 동모 텬신이 니라키며 두리지 말고 이 문 우헤 간판을 보라한다. 처다보니 유황불이 이글이글타는 큰 간판에 크게 『뿌르가또리움』이라 썻다. 이는 련옥이란 말이다. 나는 비로소 이곳이 련옥인 것을 알앗다. 큰문 안으로 드러서니 뜨거온 불김이 얼골에 니라고 구슬픈 소래 귀로 드를 수 업스며 고약한 내암새 코를 지른다. 때때로 고함치는 소래 감방에 든 죄수를 따리는 모양 갓다.
『례복입는 손님들은 밧긋 어두운 곳에 던지라는 성경말삼이 불속에 나타나고 어데서 위엄찬 소래들니대 『깨끗지 못한 인생들아 이 불가마에 드러가 깨끗한 자 되여라』한다. 나는 또다시 업더젓다. 얼마나 무서온 소래이며 이 소래에 모든 련령들이 소래지르며 부라지진다. 업더저 생각하니 내가 왜 이곳에 왓슬가. 내가 죽은 것인가. 아모 병도 업시 자다가 죽은 것일가. 죽은 뒤에는 반다시 심판이 잇다는데 나는 심판도 밧지 안코 이곳에 온 것은 이상하다 하엿다. 그러나 너무 무섭고 떨녀서 텬신의게 무러보지도 못하엿다.
나의 지난 일을 생각하면 련옥에 온다는 것은 당연하다마는 이러케 허무하게 온다 말인가 하고 잇노라니 텬신이 안아니라키며 너는 아직 세상에 잇다. 그러나 네가 이 련옥을 보고 다시 세상에 나가 녜전 잘못을 뉘웃고 너와 가튼 인생들의게 본 바를 전하여 모다 성덕의 길로 가게 하라 함이라 한다. 그때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렷다. - (속) -
志園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