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원주 만종공소 정착촌 양계장 소실

입력일 2020-05-26 15:05:56 수정일 2020-05-26 15:05:56 발행일 1986-01-19 제 148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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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한풀꺾인 자립의지
닭 3천여마리 떼죽음 당해
사료공급 원할치 못해 걱정
"'믿음' 담보로 무상융자 해줬으면"
자녀들에게는 보다 나은 내일을 약속하고 싶었던 나환자 정착촌 신자들의 자활의지가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오던 공소회장에게 발생한 불의의 화재로 꺾일 위기에 처해있다.

이같은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원주교구 학성동본당(주임ㆍ박용식신부) 만종공소 신자들.

이들은 구랍 19일 오전 10시경 원주사무실동 137-2 최광춘(프란치스꼬) 공소회장 소유의 양계장 8개동중 4개동반이 관리인의 실수로 소실, 닭 3천 2백마리와 비축해준 사료 선풍기 등 일체가 불탐으로써 총 4천 5백여만 원에 달하는재산피해를 낸 이후 생계가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수년동안 거듭해온 축산경기의 부침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었던 만종공소 34세대 신자들은 83년가톨릭 신자들만의 축산조합을 결성, 자립을 향한 의지를 모아왔고 마침내 교회측의 지원으로 지난해 7월부터 재정형편이 좋지 못한 24세대가 3백 70마리의 돼지를 외상으로 구입, 사육하면서부터 새삶의 의욕을 불태워왔다.

이 결실은 꼴룸반 외방선교회 지원금 2천만원과 나환자들의 자립을 소망해온 관할 학성동본당의 성금 2백만원을바탕으로 최회장이 사료의 외상공급을 담당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따라서 최회장이 당한 화재는 사료를 외상으로 공급받아 키워온 빈 손뿐인 신자들에게는 결코 남의 일일수 없는것.

화재후 동향에 민감한 사료관계자들이 사료를 원활히 공급해주지 않은데다가 2ㆍ3월로 닥쳐온 최회장 명의의 어음 3천만원 결제가 만종공소 신자들의 생계를 좌우하게 됐다.

교회 지원으로 새끼돼지를 무상으로 받아키운후 판매, 돼지값과 사료값을 공제한 차액을 이익금으로 분배하는 자활대책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최회장은 자신의 피해복구에 앞서 5백 20여마리로 불어난 24세대 신자들의 꿈인 돼지의 사료와 어음결제를 위한 자금마련에 밤낮없이 뛰고있다.

그러나 최회장은 물론 공소신자들과 본당 신자들은 농촌교회 공동체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역부족인 실정이어서 애만 태우고 있다.

『돼지를 굶길수도 없지만 앞으로의 대책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고있는 신자들에게『함께 노력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며 뛰고있는 최회장은『이번 화재는 자녀교육을 이유로 어려운 형제들을 떠나려 했던 자신에 대한 하느님의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최회장은『공소신자들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신앙공동체의 믿음을 담보로 3천만원을 무상융자해준다면 자신의 양계장 수익만으로도 5년내에 갚을 수 있다』고 독지가의 도움을 호소했다.

한편 학성동본당 주임 박용식 신부는『화재는 회장 개인이 입었으나 실질적인 피해는 공소전체로 확산됐다』고 설명하고『최회장은 지난 21년동안 공소에서 물심양면으로 헌신해왔다』며 안타까와 했다.

만종공소가 소재한 대명원은 6ㆍ25직후 국가에서 설립한 나환자들의 정착촌으로 현재 1백 11세대가 살고 있으며 부회장인 이금동(시몬)씨 집에서 시작돼 신앙을 토대로 미래를 꿈구어온 60여명신자들의 보금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