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주가 날로 늘어가면서 해외 교포들을 지도하는「교포사목」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 교회가 국내 사목에만 몰두하고 있는 동안 교포 집중률이 높은 여러 지역에서는 국내 교회에서 볼 수 없는 사목상의 문제들이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민의 역사가 비교적 오랜 남미지역 교회는 최근 심각한 분열현상까지 보여 충격을 안겨 주었다.
주교회는 이에 지난 1월 12일 사무총장 이종흥 신부를 남미에 파견 현지 교회 실태를 조사토록 했다.
다음은 1월 31일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교포교회를 돌아보고 온 이 신부의 현지 보고이다.
주교단은 75년 봄 7년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교포사목 담당으로 일해온 함영상 신부의 교체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교구 김덕제 신부를 후임으로 발령하고 그 교체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나도록 현지 사정으로 교체가 어렵다는 연락만 있을 뿐 교체가 되지 않고 한편으론 그 곳「쌍ㆍ파울로」와 아르헨티나 한인교회에도 심심치 않은 문제가 일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직접 실태를 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브라질 제2도시인「쌍ㆍ파울로」에는 교포 1만5천여 명이 살고 있고 그 중 신자 2백50세대 1천2백여명이「평화의 주님」성당을 빌어 한인교회를 이루고 있다.
매주일 오전 11시에 이 성당에서 봉헌하는 한인 미사는 대개 3백50명 정도가 참례하며 어려운 이국생활의 정신적 신앙적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함 신부는 73년부터 이곳에 상주하며 아르헨티나 수도「부에노스아이레스」한인교회도 맡아보고 있지만 아직 안정이 안 된 교포 사회여서 모국의 정착된 본당과 달리 생활의 불안까지 느끼는 어려움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거기에 신자들 사이에도 교포 사회에 흔히 보는 분열의 조짐까지 보여 은연중 지지 반대로 갈라져 함 신부의 귀국을 둘러싸고 의견이 격화되고 있어 현지 교구까지 이를 우려, 함 신부가 몇 년 더 머물며 수습하기를 권해 교체가 늦어지고 있는 형편이었다.
한편 신자가 8백 명으로 추산되는「부에노스아이레스」한인교회는「쌍파울로」와 달리 신부 부재에서 오는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었다.
이곳은 70년부터 함 신부가 상주하면서 사목해오다 4년 전 신자가 더 많은 브라질로 옮기면서 1년에 두서너 번씩 다녀가는데 이 이동이 오늘날 극단적인 분열의 원인이었다.
생활의 어려움에다 말마저 자유롭지 못해 외로운 신자들에게 신부의 이동은 이제 교회에서조차 귀머거리가 되는 서러움을 안겨주자 어떤 신부는 한국말만 하는 신부를 원하던 차에 미국 카나다 등지를 일정한 소속 없이 다니던 서모 신부가 나타났다.
서 신부는 교포들의 환영도 받으며 우리 주교단과 현지 교구에 사목권을 요청했지만 정식 파견이 아니어서 거부 당하고 지난해 떠나게 되었다. 이때 서 신부를 따르던 신자들은 모국 주교단과 현지 교구에 대한 원망에다 일부 신자들이 서 신부의 정착을 방해했다고 오인, 감정이 격화되어 완전히 두 개로 분리되고 말았다.
이들은 각기「고고」성당과「차카보꼬」성당에서 미사까지 따로 봉헌하고 있었다. 이번 방문길에 두 집단의 신자들을 만나 설득하면서 화해를 주선해 봤지만 끝내 합동미사를 드리는 것마저 거부, 속수무책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두 나라 한인교회를 돌아보고 난 심정은 한마디로 답답할 뿐이다.
이렇게 된 데는 교포들의 신앙 부족 특히 신앙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것과 교회 체제를 모르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 모국 교회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교포들은 긴장된 상태에서 생활하다 보면 감정 폭발이 격해지기 쉽고 유대에 금이 가는 사례가 흔하다는데 교회마저 그 와중에 휩쓸려 사랑을 잃고 있는 것도 안타깝거니와 이들을 사실상 잊고 살아온 모국 교회의 무관심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인 것이다.
주교회의 안에는 해외 교포사목 담당 주교가 있지만 특수성에 입각한 정책 연구나 지원 대책활동이 미약하다.
일본 교회만 해도「해외 이민 사목위」가 재단법인으로 구성되어 자국 정부와 현지 교회와 밀접한 협조하에 사목은 물론 이민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 주교단 산하에는 SCAI라는 기구가 이주민 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단독으로 어려우면 이들과 협조, 가능한 지원을 보냄으로써 현지 교회 사정을 개선해갈 수도 있다고 본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달라 교회와 정부 관계가 원만해 협력의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의 심각한 인구문제와 관련, 한 가지 대책으로 이 지역의 이민을 늘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행히 브라질 한인교회는 자신들의 성당을 마련하기 위해 적으나마 모금도 하고 있고 외원도 물색 중인 것을 보았다.
한인성당의 건립은 신앙생활 외에 교포 2세의 가정 및 민족교육 장소로도 시급한 것이다.
그러나 현지 교포의 경제나 인적 사정으론 해결하기 벅찬 사업들이다. 이들이 성당을 갖게 되고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면 신부 1인을 더 보내 신자와 다른 교포들을 위한 종교 문화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교회는 경제적으로 좀 나은 편이어서 40대의 경험과 능력 있는 신부가 자원한다면 국내보다는 힘이 들겠지만 충분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앞서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매결연을 통해 모국교회와 정신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서신 교환 서적 지원 같은 일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