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띠게 보여지는 젊은 부인이다. 그래도 결혼 한지 4년이나 되었다. 남편 역시 홍안을 벗어나지 않아 그들은 신혼 꿈이 한창들이다.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도 좋았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노력도 좋았다. 말씀도 애교만점이고, 몸가짐 태도 하나하나가 귀엽게들만 보였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결혼 4년이 넘도록 2세가 없다. 그로인해 부인의 신경쇠약으로 마음 놓을 수가 없다. 가끔은 안정을 취해야 할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하느님께 매달리는 기도와 정성은 대단했다.
드디어 어느 날 기쁨과 슬픔이 뒤범벅이 된 모습으로 찾아왔다. 얼마 전서부터 구역질이 계속됐다. 그러나 그것이 임신으로 인해 생기는 징후인지를 까마득히 모르고서 의례적으로 회충약을 복용한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산부인과를 찾아갔고 진찰결과 처음으로 갖는 임신, 그것도 3개월째다. 기쁨도 감사도 잠시일 뿐, 저지른 실수가 더 크게 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도 노발대발 책임 못 지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임신 시에 함부로 약복용이란 절대 금물이다시피 하는데 그것도 회충약을 복용했으니 결과는 뻔하다는 것이다. 그저 흐르는 눈물은 안타깝기만 했고 위로도 격려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듣는 나로서는 답답하다. 어리석음과 실수가 밉게만 보였고, 나로서도 똑똑하게 멍청하도록 그것도 몰랐느냐고 욕부터 나왔다. 첫아기라 낳자니 그렇고 안 낳자니 하느님께 대죄를 짓게 되고, 또 낳았을 경우 만에 하나라도 기형아 일 때를 생각하면…. 한참이나 이야기가 오가면서 다음과 같이 몇 번이고 물었다. 정말 임신인줄을 모르고 약을 먹었느냐고 정말 모르고서? 그때마다 울면서 몰랐다는 것이다. 한참이나 침묵이 흐른다. 어떻든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알고서도 저지른 실수하느님께서 기억하시겠지만, 당신이 모르고서 저지른 실수는 하느님께서도 당신이 회충약 복용사실을 모른체 해주실 것이다. 그대로 낳아라.
어느 정도 용기와 확신을 심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낳을 때까지 지극한 기도가 필요하다. 실수로 생길 불행일랑 부모에게 돌리시고 죄 없는 아기에게는 돌리지 마시라고.
드디어 불러가는 배를 보면서 날마다 정성껏 하느님께 매달렸고 열 달 후 순산과 더불어 기형아가 아닌 정상 옥동자분만이다. 이제 그놈이 아홉 살! 이상 없이 잘 크고 있다 노심초사했던 그 순간 그때나 이제나 무슨 기도가 더 필요하겠는가? 눈감아주신 주님께 오직「고맙습니다」가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