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년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느님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저는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있고 싶다고, 그러나 당신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제발 나에게 당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소년의 소원을 들은 하느님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당신을 나누어서 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꽃으로 당신의 얼굴을 보여주었고 바람으로 당신의 몸짓을 보여주었습니다.
시냇물 소리로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바다로는 당신의 넉넉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가끔씩은 당신의 모습을 보석 같은 별로도 보여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처음엔 눈치채지 못한채 그저 순수한 어린 마음으로 꽃과 시냇물, 바다 이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일이 생기고, 아내가 생기고, 자식이 생기고, 또 그 아내와 자식을 먹이기 위해 또 다른 일을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어른이 된 그 소년은 자신의 꿈도 잊게 되었고, 꽃도 잊고, 하늘과 별과 바람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른이 된 그 소년은 또 다른 소년이 된 자기 아들이 하느님께 편지를 쓰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있고 싶다고, 그러니 제발 당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사랑했던 꽃과 바다와 별, 그런 것들이 바로 자신이 편지를 썼던 하느님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시내와 바람과 구름, 이런 것들이 바로 하느님의 답장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이제 더 이상의 어른이 아닌, 또 다른 소년이 되어 새와 바람과 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