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1TV 광복 50주년 기획 드라마「김구」(연출=김충길, 총 16회분)중 지난 8월 27일에 방영한 8회분「구국의 길」편에서 마치 뮈텔 주교가 일본 경시청 총감부 아카시 장군에게 안중근(도마)의 사촌동생 안명근(야고보)의 고해성사 내용을 누설하는 듯 한 장면을 시청자들이 유추토록 연출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공영방송에서 특정 종교의 본질 부분에 해당되는 내용을 객관적인 사적(史的) 고증도 없이 방영했다는 점에서 드라마를 시청한 일부 신자들로부터 크게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의 방송내용은 양산학교에서 김구와 만난 안명근이 빌렘 신부(연기자는 빌헬름 신부라고 잘못 말하고 있다)에게 고해성사를 봤다고 털어놓고 또한 최후의 고해성사를 받았다는 말까지 한다. 이 장면에 이어 화면이 경시청 총감부로 바뀌면서 뮈텔 주교가 아카시 장군에게 일본인이 강제 점거한 종현성당(현 명동성당) 진고개 땅 반환을 요구하면서「좋은 얘기를 해주러 왔는데 그냥 가야겠다」고 말하고「안중근의 사촌동생 안명근이 빌렘 신부에게 아주 중요한 고해성사를 했다」고 아카시에게 털어놓는다. 이어 장면이 바뀐 뒤 아카시가 부하를 불러 군자금을 모으고 있는 안명근을 혼자 체포하지 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황해도 불온 인사 모두를 잡아들이라고 지시한다.
이같이 드라마 구성정황을 살펴보면 시청자로 하여금 뮈텔 주교가 아카시에게 안명근의 고해내용을 누설했음을 충분히 암시케 하고 있다.
이번 방영분과 관련, 뮈텔 주교 일기 1911년 1월 11일자 내용을 보면 (교회사연구소 교회 조와 역사 제243호 참조) 「빌렘 신부가 총독부에 대한 조선인들의 음모가 있었는데 거기에 안 야고보(안명근)가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편지로 알렸다. 빌렘 신부의 요청에 따라 나는 그 사실을 아카시 군에게 알리고자 눈이 아주 많이 내리는데도 그를 찾아갔다」고 기록돼 있다.
또 1월 21일자 기록을 보면「아카시 장군은 안야고보가 빌렘 신부에게 말했다고 하는 자백(Aveu)이 사실인지 여부를 빌렘 신부에게 물어보아도 실례가 안 되느냐고 편지로 물어왔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내용에 대해한국교회사 연구소장 최석우 신부는「빌렘 신부의 고해성사 누설과 뮈텔 주교의 고해성사 내용 발설은 성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추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고 강조하고「뮈텔 주교가 일기에 기록한 자백과 고해(Confession)와는 그 어원부터가 엄연히 구분되는 말로 뮈텔 주교가 고해성사를 누설하는 방송장면은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다.
이날 드라마 방영이 나간 후 28일 아침부터 가톨릭신문사와 방송사, 한국교회사연구소 등에 항의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는 문의 전화가 쇄도, 이번 방송내용과 관련한 신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성직자들도『케이블 TV 출현과 함께 위성방송 시대가 개막되면서 수많은 방송매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사건이 더욱 강도 높게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대중 언론 방송 매체를 대상으로 가톨릭교회와 교리에 대한 정확한 자문과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 홍보기구를 마련, 다매체 시대의 문화 복음화를 위한 능동적인 대응책과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대본을 집필한 작가 정경아씨는「방송내용은 한성대 사학과 윤경노 교수로부터 자문을 받고 윤교수의 학위 논문「105인 사건을 통해 본 신민회 연구」와 호남 교회사연구소 김진소 신부가 쓴「개화기 일제치하의 한국천주교회와 역사인식」을 근거자료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편의 논문내용에는 안명근이 빌렘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받고 빌렘 신부가 뮈텔 주교에게 고해성사 내용을 전했다는 부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