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런사람 이런삶] 뇌성마비장애인 김학인ㆍ창옥경 부부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12-08-30 11:34:27 수정일 2012-08-30 11:34:27 발행일 1995-07-09 제 196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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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겸손으로 동네소문
작은 예수회 초창기 멤버 활동
세평 가게엔 늘 손님으로 북적
지난 4월 23일. 서울 중랑구 중화1동 사람들에게 좀 색다른 이웃이 생겼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학인(36ㆍ베드로) 창옥경(37ㆍ실비아)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와 구멍가게를 차린 것이다.

정상인도 힘들다고하는 가게운영을 장애자의 몸으로 이미 6곳이 경쟁하고 있는 이곳에 뛰어든 무모한(?) 이들 부부를 이웃들은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이들 부부는 이내 동네사람들의 가장 친한 이웃으로 자리 잡았다.

바로 순박하고 성실한 이들의 삶이 낳은 결과였다.

『처음에는 동네 아이들도 무서워서 접근을 하지 않으려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웃들이 사촌같은 끈끈한 정으로 돌봐주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85년부터 작은 예수회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다 사회안에서의 능동적인 삶을 살고 싶어 88년부터 행상을 시작한 김학인씨.

그가 부인 창옥경씨를 만난것은 92년 2월이었다. 서로 첫눈에 반한 이들의 연애기간은 3개월이면 충분했다.

바로 그해 5월 10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양가 친지들과 하객들이 참석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는 이 사회에서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결혼식 이후 이들 부부는 명동에서 행상을 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행상을 하던 김학인씨.

그는 부인 창옥경씨의 내조와 열심히 일하는 삶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생활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의 삶은 행복한지도 모른다.

3평 남짓한 이 구멍가게에는 하루종일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댄다. 멀리서 사는 사람들도 이들 부부의 가게에 와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처럼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아마 없을 거예요. 항상 성실히 살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저 자신이 부끄러울때가 많습니다』

이웃에 사는 곽영순(39)씨는 이들 부부애가 남다르다며 칭찬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인터뷰를 막 마치려는데 해물매운탕을 잘한다는 부인 창옥경씨가 조심스레 남편자랑을 늘어 놓는다.

『제가 남편의 성실한 삶을 따라 가려면 멀었습니다. 살려는 노력을 하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남편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저절로 가지게 됩니다』

보증금 5백만원에 월세 15만원의 어려운 생활. 그러나 오늘도 중화1동 37-5번지 동네 슈퍼에는 동네아주머니들과 이들 부부의 수다와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