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신앙대회 행사위원회(총재=김수환 추기경, 집행위원장=김옥균 주교)가「한국 성인 호칭기도」시안을 선보여 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 4개 지역에서 동시에 실시되고 있는 김대건 성인 유해 순회 기도회 예식때 시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시안은 우리 정서에 맞도록 표기법이 정비돼 있다.
새 시안으로 호칭기도를 바쳐본 신자들은「기존 한국 성인 호칭기도의 경우 발음도 힘들고 성인들의 이름이 잘 와닿지 않았는데 새 기도문은 합송하기도 쉽고 성인들의 이름이 쉽게 와닿아 기억하기도 편하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신자들이 기도문으로 사용하고 있는「한국 성인 호칭기도」는 최소한 6종류에 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7년 12월에 간행된 수정판「가톨릭 기도서」에 수록돼 있는「103위 한국 성인 호칭기도」이다.
그러나 기존 호칭기도에 성인들의 이름이 잘못 표기돼 있는 등 몇 가지 오류가 있어 수정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위원장=강우일 주교)에서도 기도서 개편작업과 함께「한국 성인 호칭기도」개정 문제를 논의, 시안을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교구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신앙대회 행사위원회가 새롭게 선보인「한국 성인 호칭기도」시안의 특징과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가톨릭 기도서」에 수록있는「103위 한국 성인 호칭기도」란 제목 중「103」이라는 숫자를 삭제했다.
세계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호칭기도에서 성인의 숫자를 제목에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아직까지 없기에 보편교회의 관습을 따른 다는 입장에서 이를 삭제했다고 한다.
또「103위」라는 표현중「위」(位)라는 단위 표시 명사를 오늘날은 사용하지 않기에 이를 삭제했다고 한다.
「위」(位)는 봉건적 신부제 사회에서 사용하던 개념의 일종일 뿐 오늘날 사람의 수를 나타낼 때는 일반적으로「명」(名)이란 단어를 사용해「위」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 성인 호칭기도」시안을 제시한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조광 교수는 아울러『앞으로 한국 성인들에 대한 시복시성이 이루어지면「103위」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기에 이를 감안 최소한 기도문의 제목만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한국 성인 호칭기도」라 정함이 타당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국 성인 호칭기도」새 시안의 기도문 내용도 상당히 달라졌다. 우선 한국 성인의 성명 및 본명을 정비했다.
특히 지금까지 이름이 틀려 잘못 불려져 왔던「한원서 베드로」와「허협 바오로」가「한재권 요셉」「허임 바오로」로 바로 잡았다.
또 성인의 이름 가운데 이명(異名)이나 별호(別號)등이 있는 경우 시복조사서에서 주로 사용했던 이름을 채택, 정비했다. 일례로「우세영」「우세필」로 불리던 것을「우세영」으로 통일했다.
성인의 이름으로 오인된「칭호」도 바로 잡았다.「이소사 아가타」의 경우「소사」(召史)는 이두식 표현으로「조이」로 읽혀야 하며, 양인 출신 과부를 나타내는 칭호일 뿐 이름이 아니기에 새 시안은「이 아가타」로만 표기했다.
아울러 성인의 한국식 이름으로 오인된 한자식 세례명을 삭제시켰다. 예로「김 유리대 유리엣따」를「김 유리에타」로 바로 잡았다.
서양 선교사의 호칭은 한국식 성명+서양식 성+세례명순으로 통일했다. 예로「라우렌시오 앵베르 범」을「범세형 앵베르 라우렌시오」로 통일했다.
또한 세례명의 표기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결정된 표기법을 따랐다.
표기법 또한 한국어 어법과 주교회의 새 미사 통상문 표기법에 맞도록 고쳤다. 예로「성 김대건 안드레아,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를「김대건 안드레아 성인님,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로 표기했다.
조광 교수는『한국식 성명을 앞에 내세우고「성인」이란 칭호를 뒤에 부름으로써 한국인의 정서에 알맞은 기도를 드릴 수 있고, 한국 성인들의 이름을 좀 더 쉽게 기억하여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성인 호칭기도」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교회의 전통에 따라 호칭기도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한국 성인 호칭기도는 대체로 순교 날짜 순으로 103명의 성인이 나열돼 있었으나 새 시안은「남녀별」로 구분해 순서를 정했다.
호칭기도의 가장 대표적인「모든 성인들의 호칭기도」를 보면 하느님-성모 마리아-천사-남자 성인-여자 성녀의 순서를 취하고 있고, 동방교회의 호칭기도 역시 이 순서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새 시안도 이 전통에 의거 남자 성인-여자 성녀 순서를 취하고 있다.
「한국 성인 호칭기도」는 또 한국 성인들을 곧바로 호칭하기에 앞서 하느님-마리아-사도-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가톨릭 선교의 수호성인 프란치스코 사베리오를 함께 연호함으로써 이 기도가 한국 교회의 기도만이 아니라 세계 교회와 연계된 기도임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한국 성인 호칭기도」새 시안의 돋보이는 점은 현대적 의미를 살려 오늘날 우리 교회의 간구(懇求)를 표현했다는 점이다.
행사위원회 기획팀은『우리 정서에 맞는 소박하고 간결한 기도를 만들어 본다는데 취지를 두었다』면서『새 시안은 한국 순교 성인들이 우리 생활에 직접 개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자들 스스로도 성인들에게 우리의 간구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꾸며 보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