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부터의 선교역사를 언급하려면 불가불 외방선교회의 업적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선교사들은 자기들을 후원하는 4개의 교황청립 포교 후원단체들 즉 전교회、어린이 전교회、베드로 사도회、성직자 포교 연맹의 조직을 위해 크게 공헌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외방 선교회들과 포교 후원단체들은 서로 협조가 잘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외방선교회들과 포교후원회들 사이에 모금문제에 약간의 알력이 야기 된 적도 있었으나 제2차「바티깐」공의회 후에는 이러한 문제도 해소되었다. 우리 한국교회는 프랑스의 파리 외방선교회ㆍ미국의 메리놀 외방선교회ㆍ애란의성 꼴롬바노 외방선교회의 3개 외방선교회와 성 베네딕또 수도회를 비롯한 여러 남녀수도회의 은혜를 크게 입었다.
그러니까 우리 한국 신자들은 외방선교회가 무엇하는 단체인지를 잘 알 뿐 아니라 선교사들을 위해 그 본국에서 얼마나 크게 뒷받침을 하고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한다.
외국선교사들의 손에 의해 자라온 한국교회는 1962년 정식교계 제도가 설정되었다. 지목구 혹은 대목구라는 포교지방의 칭호를 탈피하고 정식으로 대교구 혹은 교구로 호칭되게 된 것이다.
도움 받은 교회에서 자립하는 교회로 자랐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창립 2백주년을 목전에 두고 자립하는 교회일 뿐 아니라 도와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국주교단은 1975년 2월에 한국 외방선교회의 창립을 합의하고 최재선 주교를 실무책임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무슨 단체이든지 성장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부터 교회법상 교구에 예속되지 않는 단체로 출발할 수는 없다. 즉 첫 단계는 어느 교구에 소속되어야한다. 그리하여 한국 주교회의는 1976년 10월에 한국의방 선교회가 청주교구 소속의 신심단체로 출발하도록 합의했고 청주교구장은 1977년 5월 3일부로 이 단체를 설립했다. 이제 한국의 외방선교회는 잉태되었다. 그러나 해결해 나가야될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교회자체가 3백여 명의 외국 선교회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면서도 성직자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인데 어떻게 외방선교회가 가능한가? 『제 집사정도 딱한데 남을 돌볼 겨를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이다.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외국의 외방선교회들이 설립된 경위를 살펴보면 모두 자기나라의 성직자 부족을 극복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의 메리놀 선교회의 설립과정을 참고하여보자. 「발디모어」대주교인 기븐스 추기경이 1911년 3월25일에 미국의 대주교들에게 보낸 공한은 좀 장황하지만 매우 귀중한 문헌이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존경하올 형제 주교님들께.
교황사절각하의 요청에 따라 본인은 여러 주교님들께 미국 외방선교회 신학원을 설립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신학원은 시급히 필요합니다. 그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읍니다. 우리나라의 국력은 크게 신장되고 있고 개신교 측에서는 특히 극동지역에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만큼、우리 가톨릭 측의 선교에 큰 지장이 되고 있읍니다. 중국에는 미국인 가톨릭 사제가 거의 전혀 없는 고로 중국인들은 지식층 인사까지도 미국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별로 신통치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교구에 아직도 사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밀힐(화란외방 선교회)의 설립당시 만닝 추기경이 하신 말씀을 여기에 인용하고자 합니다. 「과연 우리 본국 내에 인력과 재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재력이 필요한 까닭에 우리는 해외에 인력과 재력을 파견해야만 한다고 본인은 확신합니다. 만일 우리국내 사업을 위한 재원을 격증시킬 확실한 방도를 바란다면 애덕의 확장을 제한하지 말아야하고 극기의 열정을 마비시키지 말아야 합니다.」교회의 역사는 만닝 추기경의 신념을 입증하고 있읍니다. 오늘날 조그만 화란이 가장 많은 외방 선교자들을 배출하고 있는데 그 결과 국내의 필요성을 충당하고도 남는 성소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정평입니다. 화란출신의 수많은 사제들과 수녀들이 영국과 미국의 여러 교구에서 활동하고 있읍니다. 현재 미국의 사제수는 1만7천 명이 넘는데 그중에 겨우 16명이 외방선교에 종사하고 있다고 들었읍니다. 이러한 사실을 대하니 이미 작고하신 보간 추기경께서 22년 전에 본인에게 주신 자애 깊은 경고 편지가 회상됩니다. 즉 보간 추기경께서는 우리 미국 가톨릭신자들은 우리 자신의 신앙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마땅히 외방선교에 참여 하기를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 이후 약간의 진전이 있기는 있었읍니다. 역사 깊은 몇몇 수도회에서 약간 명을 파견했고 유럽에 본부를 둔 몇몇 수도회의 미국분원에서는 사도직 종사자를 증원하기 시작했읍니다.
2개의 포교후원단체-특히 프랑스「리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교회는 신자들에게 강력한 기반을 굳혔읍니다.
이러한 기관들의 본부의 자료를 보면、전국적으로 외방 선교 사업에 협조하려는 뜻이 있는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이 많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읍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톨릭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따름입니다. 이에 비하여 우리보다 소수이고 약세인 미국 개신교 측이 외방 선교 사업에 착수한지 이미 1백주년을 지냈고 오늘날 매년 수백만명이 내는 헌금으로 지원되고 있는 수천명의 선교사들이 외교인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읍니다.
만일 외방선교회 신학원이 미국주교단 전체의 선의에 의해서 설립된다면 틀림없이 미국가톨릭 신자들로 하여금 아직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어보지 맛한 10억 명의 울부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고야 말것입니다.
교황사절의 말씀을 빌리면「바로 지금이 미국교회가 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해야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