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부살롱] 훈이와 함께/강명자

강명자ㆍ교사·경북 영주군 영주1리 23
입력일 2011-04-14 11:16:02 수정일 2011-04-14 11:16:02 발행일 1978-07-23 제 111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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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는 이제 3살 박이다. 난 직업(교사)을 가진 엄마이기에 늘 훈이가 보고 싶고 헤어질 때는 안타깝다. 훈이도 언제나 엄마가 생각나는지 누가 맛있는 과자를 사주면 꼭꼭 남겨두었다가『이건엄마 줄테야』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내가오는 길목에 지키고 서있다. 난 그렇게 정성을 모아 기다려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그런 그리움으로 마음을 텅 비웠을 훈이를 생각하면 여간 마음이 아프지 않다.

일요일이 되어 집에 하루 종일 있는 날이면 꼭 내 무릎위에서만 밥을 먹고 내가 떠주는 물만 마시고 신을 싣는다. 난 그렇게 시중들어 주는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지만 내가 없을 때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할까하는 생각이 마음에 걸려 자립심을 길러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너무 어린 탓으로 실천은 못 하고 있다.

내가 항시 못 다준 정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기 위해 난 시장에 갈 때도 꼭 훈이를 데리고 간다.

『공주야! 나 우리엄마 손잡고 시장 간다. 그렇지 엄마.』하며 큰소리로 대답해 달라는 표정이다. 난 말없이 웃으며 지나가지만 마음속으로 슬픔을 씹는다. 내가 출근하고 없을 때는 다 큰 아이같이 떼도 안 쓰고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침만 꼴깍 삼키고 천연스럽게 잘 노는데 나만 있으면 괜히 징징 울며 트집을 부린다. 오늘도 늘 잘 갖고 놀던 자전거를 트집하며 운다. 그 트집은 과자를 사주거나 안아서 달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트집이 아님을 난 잘 알고 있다. 훈이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의 응어리가 들들 뭉쳐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그 감정의 덩어리를 풀려면 스스로 몸과 마음으로의 어떤 발산이 필요하다.

난 훈이를 살살 달래어 우리 집 앞길인 골목길을 쓸기로 했다. 처음엔 엄마와 함께 하는 작업이니 억지로 했는데 내가 쓰레기를 쓸면 훈이는 작은 삽으로 쓰레기를 날으는 작업이었다. 한번 나를 때마다『우리 훈이 참 힘도 세구나 착하기도 해라』칭찬을 해주었더니 점점 신이 나서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나중엔 웃음소리까지 내면서 뛰어다닌다. 3m쯤 되는 골목길이 깨끗해졌다. 훈이의 볼에도 즐거운 기쁨이 감돈다. 마음속에 축적되었던 모든 불만들이 힘들게 나르는 동안 모두 발산되었기 때문이리라. 훈이도 한몫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깨끗이 쓸린 골목길을 훈이와 난 흐뭇하게 걸었다.

그 날 이후 우리 모자는 골목 쓰는 습관이 생겼다. 동네아줌마들도 수고한다는 눈인사를 나누고 훈이도 자기 힘으로 지저분한 골목이 깨끗해짐에 더욱 마음이 즐거운듯했다. 이젠 시간적 여우가 생기면 『엄마 우리골목 쓸러나가』『응 나가자.』암만 바쁘고 몸이 괴로운 때라도 따라갈 수밖에, 이젠 머지않아 낙엽이 떨어지겠지 낙엽이 지면 조금 더 단련된 훈이의 팔 힘으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골목길을 쓸도록 해야지….

이 난은 주부 여러분을 위한 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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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강명자ㆍ교사·경북 영주군 영주1리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