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솟아라 나무야’ 펴낸 나무박사 임경빈 교수

도현주 기자
입력일 2001-07-29 10:07:00 수정일 2001-07-29 10:07:00 발행일 2001-07-29 제 226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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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정직·성실한 것이 나무를 사랑한 이유”
토종 나무 생태와 문화적 의미 설명
풍부한 사진자료·희귀수종 이야기도
올 초부터 '나무학교' 교장으로 초빙된 임경빈교수가 실습 중 학생들에게 나무의 생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생명입니다』

한 평생을 나무 공부에 바쳐온 나무 박사 임경빈 서울대 명예교수(미카엘·80·서울 여의도 본당)가 우리 땅에서 자라는 나무 130종의 생태와 문화적 의미를 알기 쉽게 일러주는 책 「솟아라 나무야」를 펴냈다.

풍부한 사진 자료가 시야마저 시원하게 해 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주변의 나무들을 난대, 온대, 아한대 등 서식 기후대로 구분해 설명하고, 「가로수로 아름다운 나무」「단풍이 아름다운 나무」「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목」 등 인간의 감성으로 나눠 이야기해준다. 이밖에도 국내 특수수종과 희귀수종,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들 이야기도 담았다.

그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는 나라 치고 약한 나라가 없다』면서 『나무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정부에서 펼치는 환경 정책에도 참여, 칭찬하고 지적하며 더 좋은 시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나무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저술 동기를 밝혔다.

특이한 잎 모양 때문에 중국에서는 「오리발나무」로, 서양에서는 여린 노랑잎이 금발의 아리따운 여인을 연상시켜 「처녀의 머리」라 부른다는 은행나무, 또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잎을 내어 초록의 세계를 연출하고 가을 낙엽은 가장 늦어서 도시의 푸르름을 가장 길게 제공해 준다는 버드나무 등 흥미로운 나무이야기가 가득하다.

산골에서 자라난 어린 시절부터 나무에 대해 관심이 많던 임 교수는 『깨끗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것이 나무를 사랑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저술한 나무 관련 책만도 60여권. 그 중에는 대부분의 대학에 임학 관련 학과에서 교과서로 사용되는 전공서적부터 교양서적까지 다양하다. 또 이례적으로 정년을 넘긴 73세까지 대학 강단에 섰던 임교수는 퇴임 후 99년까지 산림청 임업연구원 고문으로 일했다.

올해 초부터는 환경운동단체 KSDN(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이 개설한 「나무학교」에 교장으로 초빙돼 나무에 관한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마침 인터뷰가 있는 날은 임교수의 집 근처에서 나무학교 실습이 있는 날이었다. 수강생 한 명은 『교수님의 맛깔스런 강의에는 우주 만물의 진리와 역사, 옛 조상의 지혜, 사랑얘기까지 모두 들어있다』고 귀뜸 했다.

한편 임교수는 같은 본당에서 만난 구상 시인과도 가까운 사이. 구상 시인에 대해 『훌륭한 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그는 「나무 학교」제자들과 함께 구 시인의 집을 방문해 구 시인의 시 「고목」을 낭송하고 덕담을 듣기도 했다. 임경빈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이학석사,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학교, 원광대학교 농과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과학기술 한림원 원로종신회원으로 있다.

<다른세상/270쪽/15000원>

도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