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 자체로 가지는 존엄성 때문에 틀림없이 귀한 존재이지만, 또한 자유의지를 사용하는 인격적인 존재입니다.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별한 선물인데, 문제는 이 행위가 선할 수가 있고 악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존엄한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이 다 선 하지 않다는 것을 교회는 알고 있습니다. 그럴 때에 어떤 행동이 선하고 악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있어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행위의 도덕적 판단기준을 대상, 목적이나 의향, 상황 등 세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대상이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즉 지금 하려는 일 자체가 어떤 성격을 지니는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도둑질은 그 일 자체가 악한 것이기에 도덕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반면에 자선 사업을 한다는 것은 형제애를 실천하는 것이기에 좋은 일입니다. 다음으로 목적 혹은 지향입니다. 이것은 사람이 마음 속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남을 돕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하는 이유가 자신을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내려고 한다면 이는 비록 칭찬 받을 일을 한다고 하여도 마음 속에 어두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이는 몰라도 양심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는 부도덕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면에 어린아이가 굶고 있다고 남의 빵을 훔치는 것도 정당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선한 의향으로 행한 악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도 교회의 원칙입니다.
세 번째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생명을 위협하여 어쩔 수 없이 어떤 악한 행위를 했을 경우, 그 사람에 대한 죄의 평가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도둑질을 했다고 해도 많이 훔치는 것과 적게 훔치는 것은 다릅니다. 이런 상황들은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위에 언급한 대상이나 목적과 같이 주요 기준은 아니고, 오직 부차적으로 정상을 참작하는 요인만이 되는 것입니다. 선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위의 세가지 요소가 다 갖추어져 있을 때에 가능한 것이며,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없을 때에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옳을 수가 없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입니다(교리서 1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