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서강대 사회학과 졸업한 뇌성마비 이희연씨

김유진 기자
입력일 1999-03-14 03:22:00 수정일 1999-03-14 03:22:00 발행일 1999-03-14 제 214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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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대학 입학·졸업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았으면…
장애인을 위한 「문예지」만드는 것이 작은 소망
"대학생활이요? 글쎄…, 연애 빼곤 다 해본 것 같은데요" 지난 달 23일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희연씨(25)는 숙녀보다는 소녀에 가까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녀는 4년전인 95년 첫 시행된 장애인 특례제로 입학한 뇌성마비 장애인. 대학강단에 선 장애인도 있지만 그녀는 특례입학이라는 제도에서 탄생한 첫 졸업생이라는 점이 남다르다. 장애우에 대한 제반시설이 학교 내에 갖추어지지 않았던 첫 해, 이씨는 강의실을 옮기는 일, 작은 책상 등이 무척 불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계단 옆에 경사로가 만들어졌다. 시각 장애우들을 위한 음성지원 컴퓨터, 점자 프린터, 점자 보도블럭도 생겼다.

한편 일반 학생들은 학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장애우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배워 갔다. "특례입학은 장애학생에게 뿐만 아니라 비장애학생에게도 특별한 기회였을 것"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대학시절 그녀는 꽤 유명한 학생이었다. 역사학회, 영화학회에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장애인으로서 사회부조리를 쉽게 느낄 수 있었기에, 학생운동도 했다.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던 그녀를 도서관 아르바이트생으로도 만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용돈은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벌었다.

그녀는 요즘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뿌리박힌 유교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므로 사학을 전공할 것이라 한다. 선배의 권유로 교내 예비자 교리반에도 다니고 있다. 그녀의 꿈은 장애인을 위한 문예지를 만드는 것. 장애인들이 자신의 소질을 펼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한단다. 장애인의 글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문학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 것도 작은 소망. "중간에서 포기한 특례입학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얘기하는 이희연씨. 장애인의 대학입학과 졸업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사회가 그녀가 꿈꾸는 사회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