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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물에서 걷기만 해도 수영 실력이…! / 정연진 베드로 신부

정연진 베드로 신부,홍보국 부국장
입력일 2022-09-28 수정일 2022-09-28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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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경험하지 못해 아쉬운 게 있다면 수영을 배우지 않은 것이었다. 해병대 사단 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아버지의 수영 실력이라면 분명 나에게도 그 피가 흘렀을 터인데, 나는 물에 뜨는 방법조차 몰랐다. 군 제대 후 앞으로는 무엇이든 도전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어린 시절 아쉬움이 떠올라 수영을 택했다.

그런데 막상 수영 강습을 받으려니 수영장에는 주로 어린이들만 있었던 어린 시절 풍경이 떠올랐다. 어린이 틈에서 강습 받을 생각을 하니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이에 강습 신청을 수없이 주저하다가 도전에 대한 열망이 창피함을 넘어섰을 때 얼른 수영장으로 향했다. 대장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상당했는데, 수영장에 들어가 보니 내가 막내였다.

착각이 무색하게 우리 반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나는 성장 속도가 남들보다 조금 빨랐다. 그래봐야 초급반이지만, 나름 선두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 그때 체력적인 한계를 자주 맛보았다. 그동안 나는 내 호흡대로,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숨을 쉬며 살아왔다. 그런데 물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때에 숨을 쉬도록 공기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공기가 필요한데 숨을 쉴 수 없으니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후회도 많이 했다.

수영은 초급반 때 중도 탈락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나처럼 숨이 트이지 않아 괴로움만 느끼다가 수영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강습과 게임을 적절히 섞으며 우리가 물과 친해지도록 노력하셨다. 그런데도 실력이 늘지 않아 울상을 짓는 강습생들에게는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물에 들어와 걷기만 해도 수영은 늘어요. 너무 하기 싫을 땐 샤워만 하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수영장에 오셔도 됩니다.”

그 당시 선생님 말씀은 지금까지 수영을 즐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수영장에 가기 싫어 꾀를 부리다가도 “사우나만 하고 나올까?”하며 집을 나서는 것이다. 물론 혹시 모르니 수영복까지 챙겨서 말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사우나를 잠시 즐기다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들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에 들어가서도 힘이 드는 날엔 선생님 코치대로 걷기만 했다. ‘물에서 걷기만 해도 수영은 늘게 되어있지! 후후’하며 말이다.

생각해보면 신앙생활을 중도 포기하는 교우들은, 나처럼 물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수영이 늘어난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당에 앉아만 있어도 신앙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격려를 듣지 못한 것이다. 숨이 차더라도 멈추지 말고 그저 참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신앙이 숙제 같았으리라.

누구나 때가 되면 성장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는 본인이 먼저 스스로 숨을 참으며 자신만의 호흡법을 찾아갈 것이다. 그땐 영적으로 성장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며 신앙생활의 또 다른 깊이를 맛보게 된다. 그러니 지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성당에 산책이라도 다녀오시기를 권한다. 아, 물론 혹~시 모르니 미사 준비도 해서 말이다.

정연진 베드로 신부,홍보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