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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논단] 농민조직화 없이 한국농촌 못 구해

주 베드로(석균ㆍ서울시 중구 동자동)
입력일 2021-01-13 16:19:07 수정일 2021-01-13 16:19:07 발행일 1973-07-08 제 87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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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농민 의식계발에 힘써
한국 농촌문화 연구회 발행 농촌문화 6월호에 실린 「천주교와 한국농촌」이란 제목의 두봉 주교님의 글을 읽고 감격한 나머지 감히 당돌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이 편지를 드리오니 실례되는 점은 널리 용서해주심을 바라는 바입니다.

저는 70평생 한국농촌을 위해 일하느라고 해왔습니다만 제 일생을 돌이켜 볼 때에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형식상으론 천주교회에 나가고 있습니다만 감히 신자라고 장담할수 있는 자신(自信)을 가지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잘것 없고 불초한 저이지만 저는 천주교회에 대한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하나는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가 밀착되어 있지 못한 것이 느껴지는 점이고 또 하나는 교회의 현실참여가 모자라는것 같이 느껴지는 점입니다.

우리 천주교회가 과연 가난한 농민의 등불이 될수있을 것인가?

교회가 항상 주장하는 「정의와 평화」가 과연 농촌에서 실현되는 날이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마음속에서 떠나는 날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주교님의 이번 글을 보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만일 주교님의 말씀이 그대로 실천되기만 한다면 농촌에 아니 우리 한국 전체의 장래에 희망을 걸수 있으리라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교님의 글에서 교회는 농촌의 밑거름이 되라는 명제를 내거시고 『교회는 농민과 같은 운명의 공동체가 되라』고 말씀하시면서 교회가 국외자로서 원조자, 협조자에 그쳐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신 점이라던가 교회가 『농민의식층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은 물론이지만 분산된 농민의 힘을 뭉치게 하기 위해서는 『농민을 조직화』하는데 한층 더 힘써야 하고 크리스챤은 씨멘트의 역할을 해서 『농민조직 속에서 한덩어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점 등은 오늘의 한국농촌의 병폐를 똑바로 뚫어보시고 이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올바로 일깨워주신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저는 일찍이 이렇게 명쾌한 마음이 훤히 트이는 글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단히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외국인인 주교님께서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수 있었을까 ?성신의 도우심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렇습니다. 주교님의 말씀대로 교회를 통한 『농민의 조직화』없이는 한국농촌을 구출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흙탕물이 세상을 휩쓸듯이 도도하게 흐르고있는 이때에 조약돌로 흙탕물을 막을수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주교님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주교님의 한국에서의 사명이 성공하시기를 빌어 마지 않는 바입니다.

주 베드로(석균ㆍ서울시 중구 동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