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칠레] ‘산티아고 순례길’ 안내 해달라고요?

문석훈 신부
입력일 2016-03-23 수정일 2016-03-23 발행일 2016-03-27 제 298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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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산 골롬반공소가 보이는 산티아고 풍경.
문석훈 신부
한국의 반대편 정확히 12시간 과거(?) 칠레에 살고 있는 문석훈 신부입니다. 한국에서 1월 1일 새해맞이 종소리를 듣고 있을 때, 이곳은 아직 12월 31일 낮 12시였으니 정확히 12시간 차이가 나는 과거에 살고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계절도 모두 반대죠. 한국이 여름이면 이곳은 겨울이랍니다.

2014년 우리 교구는 페루에 이어 칠레로 두 명의 사제를 파견했습니다. 아프리카에 비해 칠레의 선교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옆 나라 페루와도 다르죠. 그래서 저는 이 연재를 통해서 다른 모습의 선교를 나누고 싶습니다.

2013년 12월 산티아고교구로 선교파견이 확정되고 제가 제일 많이 들은 인사말이 있습니다. “신부님 좋으시겠어요. 제가 나중에 산티아고 순례가면 신부님이 안내해 주실거죠?”

서울에서 돌 던져 맞으면 김씨 이씨 박씨 이듯이, 심심치 않게 있는 사람 이름, 도시나 마을, 길 이름이 바로 ‘산티아고’입니다. 아마 이런 말씀을 하셨던 분들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곳은 아름다운 순례길이 아니라 개똥, 고양이똥들이 곱게 수놓아져(?) 있는 가난한 동네, 남아메리카 대륙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랍니다.

지금 아마 “아! 포도주”하실 분이 많겠죠. 제가 두 번째로 많이 들은 말이 “신부님 좋은 포도주 많이 드시겠어요”였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전 술을 못하니 포도주가 많은 것은 저에게 기쁨이 되지 않네요. 칠레는 안데스산맥 서쪽에 있는 가늘고 긴 나라입니다. 칠레가 길기 때문에 동시에 4계절을 가지고 있을 수 있죠. 산티아고는 중간보다 살짝 위쪽에 있답니다.

산티아고는 서울만큼이나 큰 도시입니다. 사람들은 인디언계보다 유럽계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는 모습, 스마트폰을 보고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첫 인상을 뒤로 하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바로 어마무시한 빈부격차를 말이죠. 부자들이 사는 동네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다릅니다. 사회 대부분이 민영화가 되어 있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곳은 바로 그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puente alto’라는 동네입니다. 열 평도 안되는 작은 집들이 무척 많이 있는데 일자리를 찾아 수도 산티아고로 몰려든 사람들이 돈이 없어 이곳에 집을 빌려 사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 작은 집을 가진 사람은 형편이 좋은 편이죠. 한달에 우리돈 25만 원 남짓이 우리 동네 평균 소득인데 전기, 수도세, 통신비를 내면 식비가 간신히 남게 된답니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고, 아이들은 대부분 대학을 포기하고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죠. 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도 거칩니다. 표현이 그래도 우리 동네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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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