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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리타스, ‘기아 퇴치’ 2단계 캠페인 돌입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사진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입력일 2016-02-03 수정일 2016-02-03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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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려야 굶주린 이들도 도울 수 있습니다
2017년까지 2단계 캠페인 실시
음식·에너지·물·종이 절약 등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 제안
한국 카리타스는 가난과 기아, 고통의 현장에서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해외원조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통합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자립을 도왔던 과테말라 케찰테낭고(Quetzaltenango)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한국 카리타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인류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기후변화는 치명적이다.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각종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5년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 사랑을 전해온 해외원조 기구 (재)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이사장 김운회 주교, 이하 한국 카리타스)이 2016년을 맞아 야심차게 새 사업을 펼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지구촌 기아 퇴치 캠페인’ 2단계 사업이 그것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신앙인들이 생활양식을 변화시켜 기후변화를 막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 세계를 할퀴다

남태평양, 눈부시도록 푸른 바다와 섬으로 이뤄져 ‘하느님의 선물’로 불리는 오세아니아. 지난해 초대형 사이클론이 3번이나 지나가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3월에 불어 닥친 사이클론 팜(Pam)은 오세아니아 지역 역사상 두 번째로 강한 태풍이었다. 6개 나라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전체 인구라고 해야 22만 명도 안 되는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는 가옥 1만5000채가 파괴되고 이재민만 17만 명에 이르렀다. 여기에 극심한 엘니뇨 현상까지 겹쳤다. 바투아누의 주민 9만 명은 긴급한 식량 원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섬나라 통가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지역 토종 작물인 토란의 80%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비단 오세아니아뿐만이 아니다. 유럽 카리타스에 따르면 전 세계 약 6억5000만 명의 취약 계층이 기후변화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기후변화에 위협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없다면 세계 인류는 빈곤과 굶주림으로 더욱 고통 받게 될 것이다.

인류와 모든 피조물을 위해

한국 카리타스는 올해부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류는 한 가족, 모든 피조물 보호’를 주제로 한 ‘지구촌 기아 퇴치 캠페인’ 2단계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해외원조주일인 지난 1월 31일부터 2년간 실시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주교회의와 함께하는 ‘아나바다’ 바자회 ▲탄소 발자국 줄이기 캠페인 (사무실 등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활동) ▲특별모금 및 기아 퇴치를 위한 개발협력 사업 ▲각 교구 사회복지회와 연계한 캠페인 ▲포스터, 홍보자료, 동영상 등 각종 홍보물 제작 등이다.

이번 캠페인 2단계는 기후변화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국 카리타스 국제협력팀 신혜영(아녜스) 팀장은 “기후변화를 막는 일은 빈곤, 가난, 영양실조를 근절시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며 “바로 지금이 빈곤을 없애고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캠페인에 앞서 한국 카리타스는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음식물 낭비를 줄이자는 것을 목표로 1단계 캠페인을 벌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신앙인들에게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음식, 쓰레기가 아닙니다!’를 주제로 기아 퇴치 캠페인을 실시했다.

한국 카리타스의 1·2단계 캠페인은 국제 카리타스 활동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카리타스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기아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여개 국가의 164개 카리타스 회원기구가 공동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구 살리는 일, 어렵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회칙 역사상 최초로 환경 문제,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를 언급한 바 있다.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교황은 지구 생태계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새로운 삶으로 변화할 것을 촉구했다.

인류는 한 가족이다. 가족의 일원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소비하는 방식이 전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카리타스는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들을 제시했다. 바로 ‘지구를 살리는 4단계 프로젝트’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

1단계는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저장 음식을 확인하고, 장을 볼 때는 장보기 목록과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면 된다.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매년 생산되는 식량의 1/3이 버려지는 현실이다. 또 일주일에 하루는 금육을 실천한다. 고기 1㎏이 식탁에 오르려면 30㎏ 이상의 곡물과 1만5000ℓ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다.

2단계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 사용하지 않는 전기코드는 뽑아둔다. 겨울에는 실내 온도를 1도 낮추고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한다.

3단계는 물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양치할 때는 컵에 물을 받아서 사용한다. 빨래는 한 번에 모아서 한다. 샤워 시간을 1인당 1분만 줄여도 매년 한 가정에서 1900ℓ에 달하는 물을 아낄 수 있다.

4단계는 종이 낭비를 줄이면 된다. 화장지 대신 손수건을 갖고 다니고, 이면지 사용을 생활화 한다. ‘나만의 컵’을 들고 다니면 낭비되는 종이컵이 없어진다. 전 세계 하루 동안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려면 1200만 그루나 되는 나무가 필요하다.

한국 카리타스 이사장 김운회 주교는 “한국 카리타스는 가난과 기아, 고통의 현장에서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해외원조 활동을 성실히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또 “모든 이들이 굶주림 없이 행복하게 함께 사는 그날까지, 기아 퇴치의 긴 여정에 여러분들께서 함께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기아 퇴치 캠페인 모금계좌: 농협 386-01-013442(예금주 (재)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해외원조 정기후원 문의: 02-2279-9204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www.caritas.or.kr(홈페이지), caritas@caritas.or.kr(이메일)

한국 카리타스는 지난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지역 긴급구호 사업을 위해 미화 10만 달러를 지원했다. 지원금은 식량, 식수, 위생 증진 사업 등에 쓰였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사진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