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부 세계성체대회 이모저모

필리핀 최용택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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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신자들, 성체 따라 걸으며 희망의 빛 밝히다
인구 절반 젊은 층인 필리핀
아시아복음화 앞장 다짐
5000명 어린이 첫 영성체도
세계적 명사들 매일 교리교육
1월 29일 성체행렬에서 신자들이 촛불을 들고 성체를 뒤따라 행진하고 있다.
필리핀 세부에서 1월 24일 시작된 제51차 세계성체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월 31일까지 8일간 이어진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 우리 영광의 희망’을 주제로 교리교육과 매일미사, 성체행렬, 어린이들의 첫영성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매일 이어진 명강의

이번 세계성체대회를 위해 마련된 대회장 IEC 파빌리온에서는 매일같이 세계적 명사들의 교리교육과 신앙체험 발표 등이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교리교육의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은 페루 트루히요대교구장 미겔 카브레호스 비다르테 대주교였다. 비다르테 대주교는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바오로가 해석한 이방인 복음 선교의 사명을 ‘희망’이라는 주제에 비추어 고찰했다. 또한 “바로 지금 여기서 복음을 모든 이에게 선포하고 모든 이를 교회로 초대해야 할 사명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일정 중 단연 인기를 끌었던 교리교육은 1월 28일 진행된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안토니오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의 강연이었다. ‘성체성사 그리고 문화와의 대화’를 주제로 이뤄진 강연에서 추기경은 “개인주의를 타파하고 성체성사의 문화를 키우자”고 연설, 파빌리온을 메운 대회 공식참가자들과 필리핀 신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150만 명이 줄지어선 성체행렬

대회 6일째인 1월 29일에는 세계성체대회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성체행렬이 거행됐다. 따가운 한낮 햇살에도 불구하고 대회 참가자들과 필리핀 신자들은 성체행렬 미사가 열리는 세부 주 의사당에 몰려들었다. 세부 경찰은 이날 미사와 행렬에 15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행렬은 주 의사당에서부터 푸에르테 오스메냐 서클을 지나 플라자 인디펜덴시아(독립광장)까지 4km에 걸쳐 이어졌다. 행렬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저마다 손에 촛불을 하나씩 들고 성체를 뒤따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세계성체대회 교황 특사 찰스 마웅 보 추기경과 교황청 세계성체대회위원장 피에로 마르티니 대주교, 세부대교구장 호세 팔마 대주교가 성체를 모신 차량에 같이 탑승했다. 주최 측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오스메냐 대로뿐만 아니라 대로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통제했다. 또 세부 주 의회는 이날 행사를 위해 오후부터 의사당의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이번 성체행렬에 든 비용은 모두 콜롬버스 기사단이 후원했다.

◎… 어린이의 첫 영성체

대회 7일째인 1월 30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세부 스포츠 센터에 열린 미사에서는 거리의 아이들 500여 명을 포함해 모두 5000명의 필리핀 소년소녀들이 세계성체대회에서 첫 영성체를 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첫 영성체를 받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나란히 흰 옷을 입고 미사에 참여해 운동장은 온통 하얀 물결이었다.

이날 미사는 전 세부대교구장 리카르도 비달 추기경이 집전했다. 비달 추기경은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에 의지해 미사를 집전했다. 비달 추기경은 “여기 있는 아이들의 느낌을 안다”면서 “나도 마닐라에서 어린이를 위한 미사에서 첫영성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84살인 비달 추기경은 1937년 마닐라 세계성체대회에서 첫영성체를 받았다.

어린이를 위한 미사가 끝난 뒤에는 ‘시눌룩’(아기 예수 ‘산토 니뇨’ 경배) 공연이 펼쳐졌다. 올해 필리핀 시눌룩 축제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세 팀이 이날 경쾌한 리듬과 춤, 원주민을 상징하는 화려한 복장으로 공연을 선보여 참가자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 100만 명이 운집한 폐막미사

1월 31일 폐막미사가 열린 사우스로드 프로퍼티스(SRP)에는 세계성체대회 공식 참가자 외에도 미사에 참례하려는 필리핀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장 펜스 밖에 간이의자를 놓고 자리잡은 이들부터 인근에 새로 개장한 대형 쇼핑몰을 가득 채운 이들까지 경찰 추산 100만 명 이상이 미사에 참례했다.

세계성체대회 폐막미사는 ‘세계 집회’(Statio Orbis)로 불린다. 미사를 주례한 교황 특사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강론에서 성체대회의 결실을 치하한 뒤, “그리스도인 가정과 젊은이가 교회 영광의 희망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교회의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 52%가 25살 이하의 젊은 층인 필리핀의 미래는 밝다”면서 “필리핀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빛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 차기 대회는 부다페스트에서

폐막미사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SRP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는 우렁찬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교황은 사전 녹화한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대회에 참석해 기쁘다”고 전했다.

교황은 지난해 1월 필리핀 사목방문 때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했던 것을 회상하며, “세계는 희망의 메시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아시아에서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주님의 사랑을 통해 정의와 일치, 복음의 핵심인 자비를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교황은 제52차 세계성체대회가 202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1937년 마닐라 세계성체대회 다음 대회도 바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려 흥미를 더한 소식이었다.

대회기간 중 1월 30일 봉헌된 어린이를 위한 미사에서 한 주교가 첫영성체를 하는 어린이에게 성체를 건네주고 있다.
폐막미사가 진행되고 있는 성 페드로 칼룽소드 경단에 마련된 기념 제단.
1월 30일 시눌룩 축제 참가자가 산토 니뇨 상을 들고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필리핀 최용택 기자(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