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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세계성체대회 특별 인터뷰 -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타글레 추기경

필리핀 최용택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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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 안에서 하나된 형제자매
 개인주의 벗어나 희생·봉사 노력을”
한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여전히 차별받는 이웃 존재 어떤 결점도 받아들여야
청소년들 교회 이탈 막으려면 부모의 언행일치 모범 필요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이웃을 환대하는 문화, 이웃에게 결점이 있다는 것은 단지 주님의 자비가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안토니오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제51차 세계성체대회 기간 중 외신기자들과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성체성사를 통해 환대의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쓰고 버리는 문화’와 ‘스스로를 닫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타인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희생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문화를 키우자고 당부했다.

그는 “주님께서 마련하신 성체성사라는 식탁에 앉는 우리 모두는 친한 이웃이자 같은 죄인이고 형제자매”라면서 “우리 모두 허물이 크지만 사랑받고 있고, 자격이 없지만 초대받았으며, 부끄럽게도 주님의 품 안에 안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각 본당 공동체 안에는 여전히 차별받는 사람과 소외되는 이웃이 있다고 한탄했다.

“교구 사제 시절, 저는 성당 앞에서 꽃을 팔던 소녀의 발을 씻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발목은 소아마비로 심하게 뒤틀려 있었어요. 여성의 발을 씻긴 것은 처음이어서 용기를 내야 했습니다.”

타글레 추기경은 당시 성 목요일 발씻김 예식을 위해 12명의 신자를 무작위로 선정했고, 그 절름발이 소녀도 뽑혔다. 그 본당에서 여성이 발씻김 예식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추기경은 “본당에서 조차 소외받던 장애인 소녀가 그 예식에 참여한 뒤로 본당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가슴 뭉클했던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신자들이 하나로 일치되는 문화가 모든 본당에 퍼져야 한다”면서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실천하셨듯이, 우리도 상처입고 굴욕당하고 버림받은 신자들이 본당 안에서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타글레 추기경은 개인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먼저 각 가정의 일원이 한 자리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사는 한 식탁에 같이 앉아 음식을 나누는 것이지만 지금은 각자 접시를 들고 먹는 것으로 변질됐다”면서 각자 스마트폰과 컴퓨터, TV에 눈이 팔려 가족 간에 소통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추기경은 “그건 식사가 아니라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라면서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함께 음식을 나누며 각자의 일과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어야 진정한 식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회에서 멀어지는 청소년들이 교회 안에서 성체성사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 특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는 담배를 피면서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고, 어머니는 쇼핑에 빠져 있으면서 자녀에게 절약하라 말하면 아이들이 말을 듣겠느냐”고 반문하고 “부모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아이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므로, 부모가 먼저 언행일치로 성체성사적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주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버려져선 안 됩니다. 성체를 모시는 우리 공동체는 공동체 문화와 선물의 나눔을 통해 실제 ‘그리스도’의 모범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온 세상에 희망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타글레 추기경은

1982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1년 필리핀 이무스교구장 주교, 2011년 마닐라대교구장에 임명됐다. 2012년 11월에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탁월한 신학적 지식과 현대 문화에 대한 뛰어난 식견을 바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세계 가톨릭교회의 공식 자선기구인 국제 카리타스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필리핀 최용택 기자(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