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6) 학력 속이고 결혼한 남편… 자신의 부족함을 권위로 제압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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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학력 속이고 결혼한 남편… 자신의 부족함을 권위로 제압

50대 주부입니다. 우리 부부는 대화를 두 마디 이상 하지 못합니다. 대화를 하면 단박에 말다툼으로 끝납니다. 저희 남편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입니다. 학력을 속이고 결혼했어요.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이고 글이 짧다 보니 관공서 가서 주소를 적는 것도 어려워할 정도입니다. 저는 고졸 학력이고요. 남편은 자기가 부족한 걸 남자라는 권위로, 목소리로 제압하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전 그런 행동이 싫습니다. 차분하게 대화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답변) 남편의 장점을 칭찬하고 헌신에 감사하는지부터 돌아봐야

우선 남편이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고등학교를 나온 아내를 맞을 때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라면, 혼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신 분인 것 같습니다. 결혼할 때 아마 속인 학력을 보고 결혼하시진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학력이 아니라 남편의 인물 됨됨이, 성실함, 체력 등등 다른 장점들을 보고 결혼을 선택하신 것이고 이제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남편과 함께 사시는 것을 보면 학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능력을 남편이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리라 짐작이 됩니다.

실제로 학력은 화려하지만 인성이 제대로 닦이지 않아서 그야말로 추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고, 학력은 보잘것없지만 인성이 훌륭해서 주변 사람에게 좋은 귀감이 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경쟁 논리에 사로잡힌 요즘, 지능은 좋지만 인간성이 너무 흉악해서 여러 가지 죄를 짓고도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그러니 학벌이 보잘것없다고 남편이 곧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전제가 정말 옳은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도 돈을 많이 벌어오지 못하는 것, 혹은 시댁이 변변치 않는 것,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것 등등 외적인 조건으로 남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역시 과연 그런 믿음이 정말 하느님이 가르치고 계시는 것에 부합되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가톨릭의 반석이셨던 성 베드로 같으신 분은 그 당시 어마어마한 랍비와 좋은 집안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내세울 것 없는 부족한 사람이시겠지요. 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남들 눈에 화려해 보이고 번듯한 일이 아닌 정말 겸손과 말 없는 성실함이 필요한 어려운 노동일이라서 그 또한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면 성 프란치스코 성 돈보스코, 다미안 신부 같은 분들을 우리가 굳이 존경하고 선망하지는 않겠지요. 우리는 위인전이나 성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엄청나게 훌륭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지만, 지금도 그분들처럼 소리 없이 허드렛일을 묵묵히 하고 계시는 숨은 성자가 우리 이웃이자 가족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분들과 달리 권위와 목소리로 아내를 제압하려 하니 겸손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실 수가 있겠지요. 한데 어쩌면 남편은 바깥세상에선 너무 많은 희생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서라도 큰 소리를 치고 싶어 하실 가능성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언행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가정을 붕괴시킬 정도라면 치료를 받고 외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단 남편의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의사는 아내라는 것을 한 번쯤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살면서 과연 남편의 장점을 내가 얼마나 칭찬해 주었는지. 그리고 남편의 헌신과 봉사에 얼마나 감사를 표현했는지, 또 외부의 어려운 상황 때마다 얼마나 남편의 입장에서 공감을 해 주었는지. 또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면서 아버지에게 존경하는 태도와 행동을 배워 주었는지. 또 친정 식구나 시댁 식구들과 만날 때 남편을 혹시라도 무시하고나 깔보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또 나의 남편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 때문에 아이들과 친지들에게까지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돌아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남편도 많은 문제가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남편의 심리적인 문제는 남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부인이 아무리 가르치고 지적해도 남편이 바꾸고 싶을 때만 바꿀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 자신의 문제는 아내가 고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으시니, 먼저 나부터 바꾸면 남편이 나를 보고 배우게 되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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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