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 2월 테마 대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아들 야고보에게

윤일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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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 네가 중학생일 때 처음 만났는데 벌써 대학 졸업을 앞둔 어엿한 청년이 됐구나. 너의 키가 커진 만큼 신앙의 키도 자란 것 같아 뿌듯하다.

너의 세례 대부로 처음 인연 맺은 후 네가 견진 대부도 되어달라고 청했을 때 얼마나 고맙고 또 한편으로 미안했는지 몰라.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너에게 좋은 대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대부와 대자의 관계야. 평생 죽을 때까지 신앙의 선후배이자 동반자로서 함께할 사람들이지. 그런 의미에서 네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구나.

우선,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행여 상대방이 너에게 나쁜 짓을 하고, 이용하려 들 수도 있겠지. 그런 이들과 가까이 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들도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소중한 이웃이라는 점은 분명히 기억해두면 좋겠어. 상대방이 나쁘게 대한다고 나 역시 그에게 나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세상 그 어떤 나쁜 사람이라 해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물임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모습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건강한 분노는 너를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요즘 너에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분노하는 모습’이야.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고통 받는 이웃들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너를 보며 “참 건강하게 분노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단다.

우리는 화를 내는 것이 무조건 좋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바로잡히지 않은 것을 바로잡으려 하는 분노는 ‘건강한 분노’라고 생각해. 앞으로도 너의 그 분노가 계속 건강하게 유지되길 바랄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적인 사심에 사로잡히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분노가 진정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하느님 뜻에 맞는 것인지 그때그때 잘 판단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직함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길 바란다.

세상에는 많은 이들이 됨됨이보다는 그가 다니는 직장과 그가 지닌 직함, 재산 등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절대로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지혜를 터득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하느님께 바라기보다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라.

세상일은 너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뜻대로 되는 일이 아예 없을지도 모르지. 그럴 때마다 짜증내고 화를 낸다면 될 일도 안 될 것이야. 어떤 일이든 묵묵히 받아들이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때 순간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보다는, 어떤 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의 큰 그릇을 준비하도록 노력해보자.

언제나 네가 하느님 사랑과 자비로 행복하기를 기도할게.

윤일 요한(dmz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