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새로운 꿈을 꿀 것이다 / 오규열 교수

오규열 교수(크로마시오·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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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에 교류와 협력이 빈번해지면 충돌보다는 이해가 증진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것은 햇볕정책의 기반이 된 통합이론이다. 북한과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다보면 북한이 공격적인 자세를 버리고 개혁과 개방에 나설 것이며 이것이 발전하면 낮은 단계의 통합을 거쳐 종국에 평화적 통일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달리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체제위기를 벗어나자 핵개발에 전념했다.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만 중국과 대만도 통합이론을 근거로 경제와 사회문화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해 거의 경제통합의 단계에 이를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이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이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분리 독립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반도와 중국 양안의 사례를 들어 통합이론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통합이론 옹호론자들은 정치적 통합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 일로 지금까지의 교류는 서로 배워가는 과정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대답한다. 아울러 교류와 협력이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 배워야 하는지 어떤 교류가 통합에 긍정적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답답하다.

북한은 남한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흡수통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며 개혁과 개방이 아니라 핵개발로 반응한다. 대만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심화는 중국에 흡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우려해 분리 독립으로 반응한다. 북한이나 대만 모두 통합될 체제에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도 인간이 만든 유기체다. 따라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을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대만의 통합도 인간관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 가운데 크게 다투고 난 후에 상대가 베푸는 호의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어떤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고 의심한다. 이는 친인척간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상대가 숨겨진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순간 태도는 크게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면 어떠한 태도가 이러한 판단을 하게 하는가에 주목하면 된다. 우리가 신뢰하는 친구의 모습으로 북한에 다가가는 것이 해법이다. 그런데 북한은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해진다. 김일성은 남한을 해방시켜 준다며 6.25전쟁을 일으켰다. 주먹을 휘두르며 친구가 되기 위해 찾아왔다는 이를 신뢰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김일성은 6.25전쟁에서 실패한 것이다. 주먹을 쓰려는 친구에게는 크게 혼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이 친구의 위압에 끌려 같이 온 친구들에게는 온화한 미소를 보일 때 더 이상 ‘주먹친구’와 놀지 않고 우리와 새로운 꿈을 꿀 것이다.

오규열 교수(크로마시오·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