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美 추기경들, 낙태 경험자에 대한 자비 호소

입력일 2015-11-24 수정일 2015-11-24 발행일 2015-11-29 제 297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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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상담·영적 지도 지원하는 ‘라헬 프로젝트’ 관심 요청
“도움 필요한 이들에게 교회가 먼저 자비 베풀길”
【미국 볼티모어 CNS】미국의 추기경들이 낙태를 경험한 신자들에 대한 자비를 호소했다.

추기경들은 다가오는 자비의 희년이 미국교회가 진행 중인 ‘라헬 프로젝트’(Project Rachel)의 인지도를 높일 적기라며 동료 주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라헬 프로젝트는 낙태를 경험한 신자들의 치유를 돕는 사목 프로그램이다.

보스턴의 숀 오말리, 워싱턴의 도널드 우얼 및 뉴욕의 티모시 돌런 등 세 명의 추기경은 미국 주교회의 추계총회 첫 날인 11월 16일 주교들에게 라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말리 추기경은 교회 안에 낙태를 용서할 수 없는 죄라 칭하며 교회는 낙태에 연루된 사람들을 저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오해 때문에 낙태 후 교회 안에서 도움과 치유를 바라는 이들이 선뜻 교회로 다가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님의 자비는 끝이 없으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3년 낙태를 합법화했으며 이후 4500만 명의 여성이 5700만 건의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말리 추기경은 미국 인구의 1/4이 가톨릭 신자임을 감안하면 “지난 43년 동안 1000만 명의 가톨릭 여성이 합법적으로 낙태를 한 셈”이라고 했다.

여기에 낙태된 태아의 아버지와 조부모뿐만 아니라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까지 계산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가중된다.

오말리 추기경은 낙태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 “나 개인의 아픔을 전한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교회에)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우얼 추기경은 교구 단위의 라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며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일대일 상담이 아니며, 사제만의 혹은 평신도만의 사목활동도 아니고, 단순한 성사적 접근도 치료법도 아니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프로젝트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도를 토대로 한 라헬 프로젝트는 훈련과 기도, 지원, 봉사 및 자각과 비밀 유지 등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상담과 필요에 따른 추가 상담 알선, 화해와 치유 사제 연결, 사목적 영적 지도, 전례와 피정 등을 지원한다.

우얼 추기경은 “모든 교구가 이러한 접근을 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콜롬버스 기사단의 막대한 지원으로 각 교구에 다양한 훈련 방식 및 재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콜롬버스 기사단은 이 외에도 영어와 스페인어 웹사이트와 전국적인 상담 알선 네트워크, SNS 및 전례를 위한 사제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다.

우얼 추기경은 “매년 50만 명이 영어와 스페인어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 숫자는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한편 돌런 추기경은 자비의 해에 낙태죄를 치유하는 화해의 성사를 베풀 자비의 선교사가 활동할 예정이지만 미국 주교들 대부분은 이미 사제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부여했다고 했다. 그는 “사제들은 낙태죄를 고백하러 오는 참회자에게 환대를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런 추기경은 뉴욕대교구의 라헬 프로젝트에 찾아와 도움을 받은 한 여성의 말을 인용했다.

“저는 여전히 슬픔과 비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심과 죄책감에서는 벗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