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교뇌출혈로 반혼수상태에 빠진 심윤보씨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이창준
입력일 2015-11-17 수정일 2015-11-17 발행일 2015-11-22 제 297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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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만 있는 아들에게 희망을 주세요
영화 스태프로 일하던 ‘착한 아들’
생사위기 오가던 아버지 간호하다
갑자기 쓰러져 두 달째 반혼수상태
늘어만 가는 병원비로 가족들 절망
▨ 가톨릭신문-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공동모금

“이렇게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아요. ‘엄마, 힘들지’하던 그 아이가…, 지금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누워만 있어요.”

박정숙(젬마·63·신제주본당)씨의 시간은 지난 9월 3일에 멈춰져 있다. 뇌경색으로 요양원에서 지내던 아버지 심재관(안드레아·73)씨가 패혈증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에,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달음에 온 아들 심윤보(요한·38)씨. 아들의 지극한 간호 덕분인지 아버지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아들은 안심하며 서울로 갈 준비를 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인사를 전하는 사이, 박씨는 물건을 챙기러 잠시 집에 들렀고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이 쓰러졌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박씨는 그 소식을 믿지 않았다. 교뇌출혈. 아들은 그날 이후 반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편에게 아들 소식을 전할 수는 없었다. 일반 병실에 있는 남편과 중환자실에 있는 아들 사이를 오가며 간호하는 기막힌 일상이 시작됐다. 그러기를 한 달 여…. 남편의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 10월 5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남편은 아들의 상태를 몰랐다.

“남편이 잠들면 아들 병실에 가서 곁을 지키다가 남편이 깰 때쯤 다시 돌아오곤 했어요. 윤보가 쓰러지던 날 아침에 ‘엄마, 조금만 참아. 내가 곧 효도할게’하던 그 표정만 떠올랐어요.”

박씨 가정은 단란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1984년 결혼 이후 남편은 술에 취하면 박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성당으로 달아나 숨죽여 울기도 수차례…. 그러다 1999년 사업이 부도가 났다. 이후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재기를 꿈꿨지만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았고, 박씨가 지인의 가게에서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늘 긍정적이었던 박씨 모습은 남편마저 변하게 했다. 결혼 25주년을 맞아 남편이 세례를 받겠다고 했을 때, 박씨는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2011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남편 수발 때문에 일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병원비 마련이 시급했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박씨는 남편을 돌보면서 요양사 공부를 병행해 자격증을 취득했고, 재가 요양사로 밥벌이를 했다. 대소변도 해결할 수 없는 남편은 요양원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벌어 요양비를 내고 나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만 남았다. 서울에서 영화 스태프로 일했던 아들은 수입이 불안정했고, 출가한 두 딸은 제 가족 건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4년 여를 버티면서도 박씨는 절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남편이 일어나 온 가족이 다시 밥상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쓰러진 아들, 그리고 남편의 죽음. 최근 박씨는 깊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반혼수상태인 아들 윤보씨 곁에는 보호자가 상주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양사 일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병원비 1300여 만 원도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는 상황.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정말 버틸 힘이 없다고 말하는 박씨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그 바람 하나로 오늘을 살고 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하루 종일 기도할 뿐이죠. ‘제발…, 우리 아들 다시 눈뜰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요.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세요.”

※성금계좌※

농협 351-0837-4166-53

국민은행 701801-04-179969

예금주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기간 : 11월 18일(수)~12월 8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64-751-0251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