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탄식과 감탄의 여정 / 임순희 박사

임순희 박사(헬레나·서울대교구 민화위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5-08-26 수정일 2015-08-26 발행일 2015-08-30 제 295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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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출발은 설렘이었다. ‘그곳에서 무엇이 보일까,’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무엇을 보아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듣던 대로 그 모습일까’를 궁금해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는 5박 6일의 ‘북·중 접경 역사 탐방’ 일정을 시작하였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탄성의 나날”이었다.

우리의 탄성은 둘째 날, 두만강 뗏목 체험에서부터 시작됐다. 우리가 올라 탄 뗏목이 움직이고, 두만강이 북한주민들의 주요 탈북 경로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곳곳에서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행 가운데 몇 사람은 강물을 손으로 떠서 입안에 넣기도 했다.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무모한 짓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애절해 보여 울컥했고, 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강물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강을 건너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북한의 형제자매들이 주님 안에서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도했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품에 안겨 탈북 길에 올랐다가 울음소리를 이유로 강가에 버려지기도 했다는 갓난아이들의 영혼을 기억했다. 용정에 자리한 시인 윤동주 생가에서는 시인의 나라 사랑, 민족 사랑의 애틋함이 느껴져 소리 없는 탄성을 질렀다.

탄성의 극치는 백두산 천지에서였다. 말로만 전해 듣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았던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 순간 우리 모두는 탄성을 쏟아 냈고, 벅찬 감동으로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감격에 겨워 서로 손을 맞잡고, 얼싸안고 서로를 축하했다. 그 감격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광개토대왕비와 대왕릉, 장수왕릉, 그리고 호산장성에서도 감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와 함께 “왜 우리 것이 중국에 있고, 중국인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가!”하며 탄식하는 소리도 높았다. 두만강에서 압록강으로 내려오면서는 야산마다 늘어서 있는 ‘뙈기밭’, 강가에서 빨래하는 여성들…, 우리에게 낯 설은 풍경들을 보며 북한의 현실에 안타까워 탄식했고, 회령시와 혜산시, 그리고 압록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손에 닿을 만큼 가까운 신의주 땅을 바라보며 새삼 분단의 아픔에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탄성은 단동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절정에 달했던 것 같다. 맛깔스레 차려진 밥상에 둘러 앉아 북한여성들의 노래와 춤을 듣고 보면서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직전에 우리는 한반도에서 남북이 서로 포탄을 주고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도….

북한식당의 체험은 위가 없는 ‘아랫몸’과 아래가 없는 ‘윗몸’으로 한반도가 정말 참 어이없는 삶을 살고 있음을 새삼 통감하게 한 극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엿새 동안의 일정은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설렘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될,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 북녘 땅에 살고 있음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왔다.

임순희 박사(헬레나·서울대교구 민화위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