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열심히 하면 하느님께서 축복하신다

함종순(요안나·대구대교구 김천 신룡본당)
입력일 2015-08-26 수정일 2015-08-26 발행일 2015-08-30 제 295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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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한 번에 할 수도 있었지만, 한 번에 하지 않으시고, 어두운 날도 밝은 날도 일을 하시고 축복하셨다.

교회는 노동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고 안식일은 쉬라고 하셨다. 하느님과 일치하는 순간에 하느님께서는 축복하신다.

“천천히 꾸준하게 하는 걸 좋아하신다”라는 본당 신부님 훈화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열심히 하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다는 걸 체험했다.

봄에 남편을 도와 처음으로 감자 눈을 땄다. 남편은 “눈을 너무 작게 따서 감자가 달릴까?”하며 걱정을 했었다. 감자만 심어 놓고, 바빠서 가보지도 않고 하지 때 감자를 캐러 밭에 갔다. 유난스런 가뭄에도 굵직굵직한 감자가 달린 것을 보며 남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작년 자두를 따서 공판장에 갔을 때 상영이 아빠는 감자를 가져왔었다. 상영이네 감자를 보는 순간, 이때까지 그렇게 큰 감자는 처음 보았었다. 너무 부러워서 ‘나도 저렇게 농사를 잘 지어봤으면 좋겠다’하며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시고 올해 우리 감자밭을 축복하시어, 꼭 상영이네 감자 크기만 한 감자를 캐도록 능력을 보여 주셨다.

아들이 며느리를 데려왔을 때 종교가 개신교 집안이라고 해서 마음에 걸렸었다. 며느리의 할머니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지만, 사돈이 자유롭게 하라고 허락 했다고 해서 그나마 희망은 있어 보였다. 결혼식 날을 잡고, 고민이 생겼다. 관면 혼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입을 떼나…. 강요하여 일을 그르칠까봐 조심스러워, 아들에게 귀띔을 했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했단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며느리가 신부님 앞에서 똑똑하게 대답도 잘 하고 해서 본당 신자분들에게 예쁨도 받았다.

내 생일 때는 며느리가 묵주 팔찌를 만들어왔다. 결혼 전에는 그냥 예쁜 구슬을 꿰어 팔찌를 만들어 와서 ‘기왕이면 묵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했더니, 하느님께서 또 내 마음을 알고 응답하셔서 며느리가 아들에게 물어 묵주 팔찌를 만들어왔다. 시누이 손목에도 묵주팔찌를 끼워주자, 형님이 “얘, 나도 만들어 줘봐” 말했다.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묵주팔찌를 만들어 형님 손목에도 채워주었다. 남편은 냉담 중에 있으면서도 “형수, 이제 성당에 다녀봐. 다 성당에 다니는데 형수도 성당으로 와야지”하며 개종권면을 하는게 아닌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남편 입을 통해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 같았다.

하느님께서는 어쩌면 내가 생각만 했는데도 축복하시고 들어주신다. 하느님 사랑을 몰랐을 때는 밭에 갔다 오면 팔 다리, 허리가 아파 밤새 끙끙 알았는데…, 하느님 사랑을 알고부터는 자두를 따고 앉은 걸음으로 감자, 마늘을 캐고 ,콩과 깨 모종을 하고 와서 성당에 가도 아픈 줄을 모르겠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생각하니 일이 즐겁다.

함종순(요안나·대구대교구 김천 신룡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