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설 자리 잃어가는 소외된 이들 / 박원희 기자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5-07-28 수정일 2015-07-28 발행일 2015-08-02 제 295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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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SNS에서 글 하나를 보게 됐다. 내용은 경북 고령에 있는 성요셉재활원 이야기. 요점은 재활원 뒷산에 개발하려는 공장 설립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글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땅 주인이 공장을 짓겠다는데… 왜 그래?’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왜 반대를 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속 시원히 알 수 없었다. 재활원과 통화 후에 직접 찾아갔다.

성요셉재활원 이진우 원장을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지다 말고, “그 뒷산이 어딥니까? 여기서 가까운가요?” 하며 안내를 부탁했다. 이 원장을 따라 1분 정도 걸으니, 요양원 건물 앞에 다다랐다. 몇몇 장애인들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때 이진우 원장이 산을 가리키며 “저기 줄 쳐놓은 것이 보이지요. 저깁니다”라고 말했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가 않았다. 공장 신설 예정 부지가 재활원과 불과 20~3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흔히 “집값이 떨어진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장애인시설 설립을 막는 우리들이다. 누가 장애인들을 이곳 시골까지 보냈는가. “그저 지금처럼만 살고 싶다”던 재단 상임이사 박홍도 신부의 말이 떠오른다. 거대한 자본 앞에 소외된 이들이 더욱 소외되고 있는 현실, 오늘날 우리들이 만들어낸 웃지 못 할 슬픈 모습 아닐까.

지난해 방한한 교황님은 몸소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 국민이 열광했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오늘,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유는,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같은 하느님 자녀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처한 재활원 식구들을 기도 중에 기억하고 싶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