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령 ‘성요셉재활원’, 인근 공장 설립 추진에 반대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5-07-22 수정일 2015-07-22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공사 소음에 시달렸는데… 또 공장 들어선다고?”
“장애인들 작은 소리에도 민감, 공사 소음 생명과 직결”
 어곡리 주민들 “허파와도 같은 산 깎아 없애는데 우려”
7월 16일 찾아간 성요셉재활원 입구에 신설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팻말이 서있다.
100여 명 중증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경북 고령군 성산면 소재 성요셉재활원(원장 이진우)이 최근 재활원 인근에 공장을 짓겠다며 나타난 부동산개발회사로 인해 존립에 위협을 받고 있다. 재활원 뒷산인 어곡리 산 1번지에 산 중턱을 깎아 9000여 평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 건물 6개를 짓겠다는 것이다.

부동산개발회사는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불과 30~4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장을 세우겠다며, 지난 4월 공장 설립 허가 신청을 냈다. 어곡리 주민들에게는 산소 공급의 허파와도 같은 산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성요셉재활원 이진우 원장은 “만약 공장이 들어선다면, 소리에 민감한 재활원 거주 중증장애인들에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는 장애인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성요셉재활원은 지역 사회에 개발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장애인과 지역민의 인권과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성요셉재활원은 이미 26번 국도 건설이 한창이던 10여 년 전, 한바탕 진통을 겪은 바 있다. 100여 m 이상 떨어진 곳에서의 공사였지만, 천둥소리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건설 현장 소음이 엄청난 두려움의 존재였다. 또 몇 해 전에는 300~400m 거리의 공장 건설 공사 때문에 2년 동안 굴착기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중증장애인들은 어김없이 힘겨워했다. 수시로 병원을 가야만 했고, 공사 전에 비해 2배 이상의 안정제와 수면제를 처방해야만 했었다.

공장 건립이 추진 중인 산 1번지는 26번 국도 개통 이후로 많은 업체가 개발을 넘봤지만, 장애인보호시설이 근접해 있고, 재활원 앞 도로를 통하지 않고는 접근이 불가한 지역이라 대부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번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개발회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 대구국토관리사무소로부터 26번 국도와 직접 연결되는 도로를 만들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낸 상태다. 또 해당관청인 고령군청은 서류상 법적인 문제만 없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 어곡리 주민과 재활원 식구들은 불안함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성요셉복지재단 상임이사 박홍도 신부는 “사회적 약자인 우리 장애인들이 거대한 자본 앞에 더욱 소외되고 있다”며 “이들의 보금자리가 안정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도를 청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회사는 재활원 뒷산을 깍아 낸 9000여 평 부지(점선)에 공장 건물 6개 등의 신설 허가 신청을 낸 상태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