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임명 발표가 나던 7월 14일 오후 7시부터 쏟아지는 축하인사와 함께 손희송 주교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며 보좌주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손 주교의 3일을 따라가 본다.
14일, 교구청엔 기쁨 가득
7월 1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주교관 성당에 무릎을 꿇은 손희송 주교는 ‘하느님 아버지, 도와주십시오’하고 기도했다. 깍지를 낀 두 손은 얼굴에, 두 눈은 굳게 감은 채였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주교단, 사제들과 신자들의 축하를 받자 손 주교는 미소로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 시각 오후 7시, 로마 시각 낮 12시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손희송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한다”는 발표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대신학교 입학 동기 박일 신부(서울 동성고 교장)와 손 주교의 제자였던 권순형 신부(사목국 기획실)가 꽃다발을 전달하고 포옹했다.
15일, 정진석 추기경 예방
15일 오전 9시30분 손희송 주교는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주교 임명은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며 “교구를 위해 주교님을 한 분 더 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전 10시15분경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 도착한 손 주교는 미리 나와있던 교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주교관 안으로 들어섰다. 전임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반갑게 손 주교를 맞이했다. 정 추기경은 손 주교의 두 손을 꼭 잡고 “축하합니다”하고 인사를 건넸고, 손 주교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정 추기경이 예루살렘 벽을 배경으로 한 바오로 사도의 이콘이 담긴 기념성물을 꺼내 손 주교에게 건넸다. 성물에는 ‘예루살렘 장벽-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새롭게 출발’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미사에 참례한 정 추기경이 트레 폰타네(Tre Fontane, 三泉)성당에서 구한 것이다.
이어 “바오로 사도께서 ‘바오로 서간’을 쓰셔서 교리를 세우고 우리 신앙의 진수를 전달했다”며 “손 주교님도 글을 잘 쓰시니 신자들에게 교리의 기초를 세워주고 바오로 사도의 뒤를 이어 신앙 전파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손 주교는 가톨릭대 신학대학 대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감실과 성 김대건 신부 유해를 바라보고 무릎을 꿇었다. 손 주교는 “김대건 신부님 유해를 바라보니 마음이 남달라진다”면서 “보좌주교로 임명됐다는 것은 바오로 사도처럼 죽으러 가는 길에 오른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님께서 바오로 사도 기념성물을 선물하실 때 순교하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글만 쓰라고 하셔서 다행”이라며 웃음 짓기도 했다.
16일, 신앙선서와 충성서약
16일 오전 11시20분 손 주교는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유경촌·정순택 보좌주교와 함께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에 도착해 함제도 신부(메리놀외방선교회)의 안내로 대사관 성당에서 기도를 드렸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축하의 뜻을 전한 후 신앙선서와 충성서약 절차를 설명했다.
손 주교는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하기 전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로부터 건네받은 성경을 조심스레 넘겼다. 자신의 주교 수품 성구인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 28)을 찾아 펼친 뒤 왼손을 성경 위에 올려놓았다. 교리 수호를 다짐하는 신앙고백으로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외우고 신앙선서문에 서명했다.
염 추기경의 서명이 이어지고, 이 과정을 파딜랴 대주교와 함 신부가 지켜봤다. 손 주교는 하느님 백성을 이끄는 주교 직무에 충실하고 보편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교황과 교황의 후계자에 대한 충성서약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