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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송 서울 보좌주교 탄생] 주교 임명 발표 후 3일

특별취재팀
입력일 2015-07-22 수정일 2015-07-22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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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교 탄생소식에 축하 물결… 정 추기경과 만남서 눈시울 붉히기도
7월 14일 주교 임명 발표 직전 기도하고 있는 손희송 주교.
주교 임명 발표가 나던 7월 14일 오후 7시부터 쏟아지는 축하인사와 함께 손희송 주교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며 보좌주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손 주교의 3일을 따라가 본다.

14일, 교구청엔 기쁨 가득

14일 주교 임명 발표와 축하식을 마친 후 손 주교가 서울대교구청에서 첫 강복을 하고 있다.
7월 1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주교관 성당에 무릎을 꿇은 손희송 주교는 ‘하느님 아버지, 도와주십시오’하고 기도했다. 깍지를 낀 두 손은 얼굴에, 두 눈은 굳게 감은 채였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주교단, 사제들과 신자들의 축하를 받자 손 주교는 미소로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 시각 오후 7시, 로마 시각 낮 12시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손희송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한다”는 발표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대신학교 입학 동기 박일 신부(서울 동성고 교장)와 손 주교의 제자였던 권순형 신부(사목국 기획실)가 꽃다발을 전달하고 포옹했다.

15일, 정진석 추기경 예방

15일 정진석 추기경이 바오로 사도의 이콘이 담긴 기념성물을 손 주교에게 전하고 있다.
15일 오전 9시30분 손희송 주교는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주교 임명은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며 “교구를 위해 주교님을 한 분 더 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전 10시15분경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 도착한 손 주교는 미리 나와있던 교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주교관 안으로 들어섰다. 전임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반갑게 손 주교를 맞이했다. 정 추기경은 손 주교의 두 손을 꼭 잡고 “축하합니다”하고 인사를 건넸고, 손 주교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정 추기경이 예루살렘 벽을 배경으로 한 바오로 사도의 이콘이 담긴 기념성물을 꺼내 손 주교에게 건넸다. 성물에는 ‘예루살렘 장벽-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새롭게 출발’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미사에 참례한 정 추기경이 트레 폰타네(Tre Fontane, 三泉)성당에서 구한 것이다.

이어 “바오로 사도께서 ‘바오로 서간’을 쓰셔서 교리를 세우고 우리 신앙의 진수를 전달했다”며 “손 주교님도 글을 잘 쓰시니 신자들에게 교리의 기초를 세워주고 바오로 사도의 뒤를 이어 신앙 전파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손 주교는 가톨릭대 신학대학 대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감실과 성 김대건 신부 유해를 바라보고 무릎을 꿇었다. 손 주교는 “김대건 신부님 유해를 바라보니 마음이 남달라진다”면서 “보좌주교로 임명됐다는 것은 바오로 사도처럼 죽으러 가는 길에 오른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님께서 바오로 사도 기념성물을 선물하실 때 순교하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글만 쓰라고 하셔서 다행”이라며 웃음 짓기도 했다.

16일, 신앙선서와 충성서약

16일 손 주교(가운데)가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20분 손 주교는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유경촌·정순택 보좌주교와 함께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에 도착해 함제도 신부(메리놀외방선교회)의 안내로 대사관 성당에서 기도를 드렸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축하의 뜻을 전한 후 신앙선서와 충성서약 절차를 설명했다.

손 주교는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하기 전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로부터 건네받은 성경을 조심스레 넘겼다. 자신의 주교 수품 성구인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 28)을 찾아 펼친 뒤 왼손을 성경 위에 올려놓았다. 교리 수호를 다짐하는 신앙고백으로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외우고 신앙선서문에 서명했다.

염 추기경의 서명이 이어지고, 이 과정을 파딜랴 대주교와 함 신부가 지켜봤다. 손 주교는 하느님 백성을 이끄는 주교 직무에 충실하고 보편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교황과 교황의 후계자에 대한 충성서약을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