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황 문헌, 얼마나 알고 있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7-22 수정일 2015-07-22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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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가르침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읽고 배워야
「복음의 기쁨」 인기 끈 반면 학문적 연구는 부족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습니다” 「신앙과 이성」1항

“사랑을 체험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의 빛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게 하십시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39항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복음의 기쁨」49항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가르침이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신자들이 이를 읽고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학자와 사목자들, 관련 전문가와 학자들의 다양하고 깊이있는 연구와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지적은 신자들이 문헌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에서 나온다. 양기석 신부(수원교구 환경위원회 위원장 겸 창조보전연대 대표)는 “신자들이 교회 문헌을 거의 읽지 않고 사목자들 역시 이를 알려주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특히 최근에 나온 생태회칙 「찬미를 받으소서」는 모든 신자들이 배워 실천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신학자, 사목자, 관련 전문가들의 신학적 성찰과 연구 노력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편교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회 문헌들은 지역 교회 현실과 조건에 맞춰 해석돼야 하기 때문에 신학자와 전문가들의 왕성한 연구가 요구된다.

「복음의 기쁨」만 해도 판매 부수와 강좌 개설 등에 있어서는 활발했지만 정작 문헌 내용, 한국교회에 주는 구체적 의미와 지침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미진했다. 2000~5000부 판매에 그쳤던 이전 교황 문헌들과는 달리 2판 14쇄를 거치며 8만8200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남겼지만 학술지 등에 게재된 논문 등 관련 연구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지난해 5월 대전가톨릭대학교 학술 세미나, 6월 가톨릭-개신교 합동 심포지엄 등 극소수 학술발표회 외에는 본격적인 연구 발표 자리가 거의 마련되지 못했다.

교회 쇄신과 ‘복음화의 사회적 측면’을 강조한 「복음의 기쁨」은 개인 신심 중심의 중산층 교회로 굳어지는 한국교회에는 혁신적이었다. 그만큼 한국교회 및 사회 상황과 관련한 신학적, 사목적 해석과 해설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발표된 생태회칙 「찬미를 받으소서」 역시 주제와 내용상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최현민 수녀(씨튼 연구원 원장)는 생태문제가 “매우 복합적이라 신학적 성찰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불평등 등 정치, 경제적 측면의 연구도 필요하다”며 “교회 안에서 먼저 다각적이고 깊은 성찰이 있어야 수박 겉핥기식 해법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종렬 박사(평신도 신학자)는 「복음의 기쁨」과 「찬미를 받으소서」가 “교회의 대대적인 전환을 가져올 문헌”이라며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학습하고 내면화해야 할 문헌”이라고 말했다. 황박사는 따라서 “신학교들을 중심으로 우선 충실하게 연구가 돼야 한다”며 “신자들의 경우에는 본당 단위로 교황 문헌이 정밀하게 읽혀지도록 권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