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65) 한국에서의 WYD(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한 제안 ①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07-22 수정일 2015-07-22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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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과정의 기조… 참여와 연대 정신
지난 30여 년 간의 WYD 순례 여정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의 시사점을 되새겨보며 한국에서 WYD가 개최될 경우를 상정하여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 이 작업은 사실 상당히 현실적인 준비 작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이미 교황청에 WYD 개최 의사를 밝히고, 서울 WYD 유치를 위한 제안서 준비 과정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6월 사제 성화의 날 미사 강론을 통해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꿈을 펼치고 공동선을 이뤄낼 기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젊은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의 고민과 고통을 교회가 끌어안기 위한’ 자리로서 WYD 개최가 필요하다고 공표했다. ‘교회의 중심이 젊은이들에게 옮겨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염 추기경은 젊은이들에 의해 ‘교회는 새로운 활력으로 가득 차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임을 믿으며, 교회 전체가 함께하는 여정으로서의 WYD를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WYD가 젊은이들을 교회의 중심으로 초대하면서 교회 전체의 젊음과 활력을 북돋우는 기회가 되려면, 일단 첫 번째로 2주간의 WYD 행사(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 전후 흐름까지를 통합적으로 기획, 실행하고자 하는 시선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하여 두 번째로 갖춰야 할 시선은 ‘참여와 연대’의 정신이다. 즉 WYD의 준비 - 실행 - 후속작업 전 과정 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드러내는 ‘참여하는 교회’(Participatory Church)의 모습이 실현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WYD의 지난 여정 중 프랑스 파리,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대회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은 WYD를 개최하는 교구를 주축으로 해당 국가의 모든 교구가 연대하여 WYD 준비 및 실행 과정에 함께 참여할 때 잘 드러날 수 있다. 그리고 DID(교구의 날) 등의 기회를 통해 각 본당 및 교구에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어린이, 성인, 노인들까지 WYD 과정에 참여할 때, 그 때 비로소 교회에 젊음을 밝히는 WYD의 진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WYD는 분명 젊은 세대만의 축제가 아니라, 교회 안팎의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복음화의 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처럼 모든 교구, 여러 세대의 참여를 실제로 이룩해내기 위해서는, WYD 준비 및 실행 과정에서 전국의 사목자들이 연대 협력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하여 WYD를 통해 맺어질 열매가 그 지역 교회 전체에 고루 나누어질 수 있어야 하겠다.

젊은이들을 교회 복음화 사명의 주역으로 키워내는 것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이 WYD를 시작했던 원천적인 의도임을 기억한다면, 이 ‘참여와 연대’의 정신은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WYD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통해서도 실현되어야 한다. WYD를 위해 전국의 사목자들이 성공적으로 연대하고 교구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해도, 어른들이 다 준비해서 판을 벌여주고 젊은이들은 단순히 그 대회에 ‘오기만’ 하는 형태가 된다면 정작 젊은이들을 교회 사명의 주체로 양성하는 WYD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WYD의 홍보 및 기획 과정에서부터 젊은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실제 대회 운영에 함께 하게 될 봉사자들은 ‘전 세계에서 모여들 또래 젊은이들에게 사도로 파견’될 수 있도록 사목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청소년·청년 봉사자 커리큘럼 개발 및 운영은 경험있는 사목자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적인 봉사자 연대 조직을 구성할 때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인 사목자들의 연대, 모든 교구의 참여, 그를 통해 본당 차원에서부터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WYD에 적절한 방법으로 참여함으로써 공동체의 활력을 북돋우는 것. 그리고 WYD의 주역이기도 한 젊은이들이 직접 참여와 연대를 이룸으로써 교회의 사도로 양성받는 것. 이와 같은 ‘참여와 연대’의 정신은 WYD의 순례 여정을 함께 걷고자 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