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믿음으로 / 허규 신부

허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입력일 2015-07-21 수정일 2015-07-21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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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요한 6,1-15)
천주교, 곧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사입니다. 미사는 가톨릭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모여, 하나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기도 하고, 미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십자가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을 함께 나눕니다. 미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말씀의 전례이고 다른 하나는 성찬의 전례입니다. 특별히 성찬의 전례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제자들과 함께 했던 마지막 만찬을 재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전통을 보존해 왔고 그것을 지금도 동일한 방식으로 모든 나라에서 거행합니다.

이러한 미사 안에 포함된 성찬의 전례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빵과 포도주의 축성입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또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로 시작되는 말씀을 우리는 조금 어려운 말로 ‘성찬 제정문’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면서 바로 이 성체성사를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마태오, 마르코와 루카 그리고 바오로의 서간인 코린토 1서에서 이것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요한 복음에는 이 예수님의 말씀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전하지 않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올만 합니다. 요한 복음은 제자들과 했던 마지막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내용 대신 다른 복음서에는 찾을 수 없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을 전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요한 복음이 예수님의 성찬에 대한 내용을 6장에서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들은 ‘빵을 많게 하신 표징’과 앞으로 4주간 계속될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이 다른 복음서에 있는 마지막 만찬과 성체성사를 세우신 이야기를 대신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요한 복음 6장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엘리사 예언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보리 빵 스무개로 군중을 먹인 이야기입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 말씀은 오늘 복음과 비슷하며 복음을 준비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복음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아니 장정만 오천 명을 먹이셨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군중들의 모습입니다. 수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시작은 그 군중들이 예수님을 믿어서가 아니라 기적을 보고 놀라움에 그분을 따랐다고 표현합니다. 예수님은 필립보에게 빵을 구하도록 하지만 그의 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백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들의 일 년 급여와 맞먹을 만큼 큰돈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앉게 한 후 다섯 개의 보리 빵으로 이들을 배부르게 먹게하는 표징을, 기적을 이룹니다. 이것을 경험한 이들은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라고 말합니다. 이제 기적이 신기해 따라왔던 군중들은 빵을 많게 하신 예수님을 믿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빵을 많게 하신 이야기는 기적에 관한 것이기보다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표징은 단지 신기하고 놀라움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믿음을 갖게 합니다. 비록 처음의 시작이 어떤 동기에서 시작되었든 사람들은 표징을 통해 믿음을 갖습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에서 신앙 생활을 시작합니다. 사실 그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을 살아가는 모습일 것입니다. 복음에서 보여주는 군중들의 모습처럼 예수님에 대한 체험은 우리를 믿음에로, 더 굳은 믿음에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허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