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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성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칸 학파의 인간학」 펴낸 김현태 신부

김근영 기자
입력일 2015-07-01 수정일 2015-07-01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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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부족함 깨닫고 복음적 삶 추구한 성 프란치스코”
‘인간성의 표본’으로 성인 모습 재발견
철학적·영성적 내용 쉬운 필치로 풀어
“복음은 모든 체계·조직 앞서는 절대가치”
“복음을 삶의 중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복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없었더라면, 성 프란치스코(1181/1182~1226)라는 인물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성인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복음적 삶의 양식을 추구했고, 복음의 가치야말로 모든 체계나 조직에 앞서는 절대가치임을 일깨웠습니다.”

김현태 신부(인천교구 만수1동본당 주임)가 「성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칸 학파의 인간학」(248쪽/1만5000원/프란치스코출판사)을 펴냈다. 이 책은 성 프란치스코와 관련된 인본주의적 주제들을 다채롭게 설명하고, 성인의 인간적 모습을 철학적 관점에서 탐구한 프란치스칸 학파의 학설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와 관련된 직·간접적 주제만 다루더라도 백과사전을 펴낼 정도라는 김 신부. 그는 이 책에서 한 방에 앉아 자녀들에게 이야기하듯 무겁고 섬세한 주제들을 한달음에 풀어냈다. 철학적 면밀함과 영성적 풍요로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쉬운 필치로 씌어 성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칸 학파에 대한 입문서로 탁월하다.

김 신부가 성 프란치스코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인간학’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모든 가치들이 교차되고 불명확성으로 넘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풍랑에서 표류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

“오늘날 인간학은 알다가도 모르는 시대에 직면했습니다. ‘순수하게’ 인간을 규명하는 인간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에 대한 건조한 정의보다는, 인간이란 ‘누구’인지 실제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바라볼 줄 알았을 뿐 아니라 인간의 비참함과 부족함을 꿰뚫어보는 데 뛰어났고, 그 부분을 하느님의 선하심으로 채웠습니다.”

책의 1부는 철학자이자 ‘진정한 삶의 대가’라 불리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진면목을 파헤친다. 성인은 ‘태양의 찬가’를 통해 피조물의 우주적 관계회복을 노래했고, 노동·교육·문화·선교 분야에서 독특한 삶의 양식을 남겼다.

2부에서는 스콜라 철학 안에서 프란치스칸 사상이 갖는 지위와 의미를 일별한 다음, 인간문제에 관한 프란치스칸들의 다양한 시도를 제시한다. 인간성의 표본으로 성 프란치스코를 재발견하고 해석한 여정도 들려준다.

김 신부는 성 프란치스코와 그 형제들이 천착한 인간성의 탐구가 현대인에게도 희망이 될 뿐 아니라 삶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된다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칸 학파 중 성 보나벤투라(1217?~1274)에 따르면, 인간은 위대함과 비참함을 이음질하는 존재입니다. 신적 모상을 타고났지만 ‘유리보다 더 깨지기 쉬운’ 존재인 거죠. 인간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느님을 향한 회개가 가능해집니다.”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적에 대해서도 복음적 가치를 강조하며 교회 쇄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교황의 말씀은 복음에서 길어 올린 내용입니다. 오늘날 교회 바깥 사람들과 대항하기 위한 우리의 무기는 신분이나 직책이 아닙니다. 교회는 복음적 삶을 체현하면서 회개해야 합니다. 복음적 삶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는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김근영 기자 (gabin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