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안집, 어떤 내용 담았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7-01 수정일 2015-07-01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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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가정’ 대하는 교회 자세 다뤄
작년 임시총회 최종보고서 바탕
각국 주교회의 답변서 내용 반영
‘일률적 영성체 금지’ 반대의견 피력
빈곤 해결 위한 구조 개혁 요청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의안집 내용은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3차 임시총회 최종보고서와 연장선에 있다. 사진은 2014년 10월 9일 열린 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오전 회기. 【CNS 자료사진】
교황청 공보실이 6월 23일 공개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의안집 내용은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3차 임시총회 ‘시노드 보고서’(Relatio Synodi, 최종보고서)와의 연장선상에 있다.

의안집 발표 기자회견에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과 제14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인 페터 에르도 추기경(헝가리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대교구장), 정기총회 특별서기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이탈리아 키에티-바스토대교구장)가 함께했다.

제3차 임시총회는 ‘가정 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열렸고 제14차 정기총회는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린다. 임시총회와 정기총회 모두 ‘가정’을 주제로 삼았다.

발디세리 추기경은 기자회견에서 “의안집은 지난해 임시총회의 ‘시노드 보고서’와 같이 3부분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해 제3차 임시총회와 제14차 정기총회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의안집 제1부 ‘경청: 가정의 상황과 도전’은 지난해 임시총회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제2부 ‘가정 소명의 식별’과 제3부 ‘오늘날 가정의 사명’은 임시총회 최종보고서를 확충, 심화시켰거나 새롭게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안집은 임시총회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하면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지난해 11월 46개의 질문을 담은 ‘의제개요’(Lineamenta)를 각국 주교회의와 교황청 부서 등에 발송해 받은 99개의 답변서 내용도 반영했다. 또한 본당과 신자 단체, 시민운동 단체에서 자발적으로 보낸 359개의 의견도 참조했다.

의안집에 수록된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동성애와 이혼, 재혼 등의 상황에 놓인 신자들을 대하는 교회의 자세에 대한 기술이다. 교회 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는 주제로 전통적인 가톨릭 관점에서는 ‘비정상적인 가정’으로 치부해 왔다. 의안집은 동성애자와 이혼자, 재혼자 등을 ‘교회의 자비가 필요한 가장 고통받는 가정’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혼인은 성삼위의 사랑을 드러내는 성사라고 정의하며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강조하면서도 혼인의 불가해소성이 사람들을 옭아매는 멍에를 의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동시에 강조한다. 특히 “교회는 이혼했거나 교회법이 아닌 국법으로 재혼한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목현장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이혼자와 재혼자의 영성체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객관적 상황과 여건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일률적으로 영성체를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은 성적 경향과 무관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안집은 가정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빈곤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가정생활은 경제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부족한 임금, 실업사태, 고용 불안, 노예노동 등이 빈곤을 야기한다”며 “어린이들이 빈곤한 가정의 최대 피해자인 만큼 평등한 사회를 지향으로 사회 구조가 개혁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