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쉼터] 성전 보수 위해 ‘나눔잔치’ 개최한 청주교구 주덕본당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06-30 수정일 2015-06-30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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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칠순 지낸 우리들이 
 본당 60주년 잘 준비해 보렵니다” 
2017년 맞춰 보수 계획… 기금 마련 분주
신자 수 적어 주임 사제는 바자 개최 만류 
흙더미에 손끝 까맣게 될 만큼 나물 캐고 간장·된장 직접 담가 판매하는 등 노력
성경공부 등 재교육 통해 신앙 성숙도 다짐
주덕본당 성모회 회원들이 바자를 찾은 지역 주민들에게 쫄깃하게 반죽한 칼국수면을 자랑하고 있다.
“주! 주님의 은덕이 철철 흘러넘치는 이곳을 찾아주신 형제자매 여러분 환영합니다.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덕! 덕만 보고 살아왔는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덕을 베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 성모님의 전구로 첫 기적이 일어난 카나 혼인잔치에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주제 성구를 찾았으니,

당! 당연히 오늘 우리에게서도 같은 기적이 일어날 것임을 믿습니다. 아멘!”

오랜만에 전 신자들이 모여 ‘주덕성당’을 외쳤습니다. 몇 달간 준비한 바자가 드디어 시작됐네요. 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미림이 어머님, 우리 마을에선 몇 분이나 오신 거죠? 이쪽으로 자리 잡으세요.”

성당 마당이 오랜만에 복작복작 대는군요. 신자들마다 각자 마을 분들을 초대했거든요. 우리 주덕읍뿐 아니라 앙성면, 엄정면, 연풍면, 소태면 등 곳곳의 마을주민들이 한 데 모였네요. 저쪽 어르신들도 오랜만에 만나시나봐요. 바올리나 할머니댁은 가족잔치를 펼치셨군요. 부산에 사는 딸네 가족들도 왔네요. 아이들이 성당 마당에서 뛰노는 모습을 본 게 몇 년 만인지요…. 저분들은 이웃본당 신부님들과 신자들이랍니다.

흔히 보는 먹거리장터, 알뜰나눔장터라고요? 6월 28일 오늘 여는 바자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나눔잔치’랍니다.

우리 본당(청주교구 주덕본당, 주임 강연철 신부, 총회장 이은정 프란치스코)이 이곳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내온 시간이 벌써 60년이 되어가네요.

2017년이면 본당 설립 60주년입 니다. 저희는 아쉽게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설립 50주년 행사도 치르지 못했어요. 그래도 환갑쯤 되면 다시금 생기를 채워야지요.

그런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어요. 우리 본당 신자 수는 교적 상으로도 1100여 명 정도랍니다. 평균 연령대는 60~70대예요. 대부분의 신자들이 본당보다도 나이가 많지요. 교적상 유아는 3명, 초등학생은 딱 5명이에요. 그래서 주일학교도 없어요. 관할 내에 다문화가정이 많아 또 다른 돌봄도 필요하지요.

그래도 우리가 먼저 환갑이니 칠순이니 지내봤으니, 본당 환갑(만 60년)도 한번 잘 준비해보려고요. 무엇보다 신부님께서 올해 초 성령쇄신세미나를 마련해주신 덕분에 저희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열정을 새로 찾았어요. 교중미사 참례자가 300명 남짓인데, 세미나에 참가한 신자 수가 170여 명이었답니다. 사실 신부님께선 바자를 여는 게 무리라며 만류하셨어요. 우리가 먼저 하겠다고 했고, 청년들이고 노인들이고 너나할 것 없이 바자 준비에 나섰어요. 성당도 낡아 빨리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요. 공사 기금 마련을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이웃들과 한 밥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덩실덩실 춤도 추고 싶었어요.

자, 우리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신자들을 위한 격려 노래를 부르신답니다. 총회장님이 소고를 치고 총구역장님이 장구로 장단을 맞추시네요. 그 다음 공연은 신부님과 동기 신부님들이 함께하는 노래 한마당입니다. 기타 동아리 공연도 있어요.

이런, 벌써 고기가 떨어져 간다네요. 시원한 열무국수 한 그릇을 먹으려면 30분은 족히 줄을 서야겠는걸요. 이 지역 주민들은 사과농사를 많이 짓는데요. 말린 사과도 인기 만발입니다. 인근 가르멜 수도원에서 제병을 찍어내고 남은 부분을 기증해주셔서 살짝 구워봤어요.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훌륭한 간식이 됐네요. 직접 담근 노봉방주 맛도 좀 보시겠어요? 간장, 된장은 물론 모과청, 매실청, 달맞이꽃청, 쇠비름청, 사과식초도 모두 어르신들이 담그셨답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있죠. 모과청은 우리 성당 마당에 있는 모과나무에서 직접 따서 만든거예요.

나물 종류도 다양합니다. 노랑꽃나물, 머위, 뽕잎, 엄나물, 싸리순에 칡뿌리까지. 매일같이 산으로 들로 헤매며 다니느라 고생도 좀 했었지요.

신부님께선 성체를 분배하시다가, 흙에 찌들어 새카맣게 된 할머니들 손끝을 보시곤 울컥하셨다네요.

모두들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나물을 뜯고 말리고, 효소를 담그고, 수세미를 짜고, 대패질에 못질도 직접해 공예품을 만들어도 막 신바람이 났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럿이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를 준비하면서, 주일마다 습관처럼 오가던 성당이 우리 집보다 더 정겨워졌습니다.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소중함을 되새기고,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데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전 신자 성경공부 등 신앙재교육에도 열심히 나서려고요. 환갑쯤 됐으니 더욱 성숙한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갖추고 지역사회에도 적극 봉사해야겠지요. 60주년에는 보다 새로운 활력으로 지역주민들과 만날 겁니다.

나눔잔치를 시작하기 전 신자들이 마당에 한 데 모여 기도를 봉헌하고 ‘주덕성당’ 4행시를 외쳤다.
‘배부르게 넉넉히 드세요.’ 인심 좋게 그릇 한 가득 고기국물을 떠 놓고도 서로 더 담겠다고 웃음 짓는 신자들.
정혜순(바올리나·70) 할머니 가족들. 오늘이 바로 가족 외식날이라며 갖가지 먹거리들을 맛보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밀려 들어 부침개를 부치는 손길도 바쁘기 그지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날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