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환경 회칙 해설 - 찬미를 받으소서 (2) 제1장 ‘더불어 사는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6-30 수정일 2015-06-30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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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문화’로 생태계 훼손·균형 파괴
 환경 위기 과학적으로 살펴
 기후 변화·동식물 멸종 등
 한계 도달한 상황 경고
 즉각적인 실천 대안 요청
“전문가들 정직한 ‘대화’ 절실”
■ 글 싣는 순서

(1) 생태 위기, 회개와 행동의 요청

(2) 제1장 ‘더불어 사는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3) 제2장 ‘피조물에 관한 복음’

(4) 제3장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

(5) 제4장 ‘온전한 생태학’

(6) 제5장 ‘접근법과 행동 방식’

(7) 제6장 ‘생태 교육과 영성’

서문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 1~16항은 회칙 전체 구조와 기본 개념을 요약한다. 최대한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지구는 우리의 누이이자 어머니이다. 누이인 지구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울부짖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자연을 무책임하게 사용하고 남용해 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죄이고 따라서 우리는 죄를 깨닫고 뉘우쳐야 한다. 뉘우침에 응답하기 위해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모범에 따라 생태적 회개를 하고 즉각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한다.

‘온전한 생태학’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가르침을, 교황은 회칙의 6개 장에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전개한다.

과학적 연구 결과, 즉 지구가 위기에 처해있고 그 원인은 인간이 제공했다는 판단에 귀기울인다(1장). 이어 그리스도교 전통, 특히 성경과 신학이 하느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성찰하고(2장), 위기 증상과 원인을 철학과 사회과학과의 대화를 통해 분석한다(3장).

이 분석의 목적은 ‘온전한 생태학’을 정립(4장)하는 것이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종교, 과학의 대화를 위한 지침(5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회칙은 ‘생태 교육과 영성’의 지침들(6장)을 제시하고, 두 가지 기도문으로 마무리된다.

제1장

회칙은 자연과학의 연구 결과를 첫 머리에 둠으로써 신자와 비신자 모든 이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 즉, 과학이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현재의 생태적 위기의 여러 측면들’을 다룸으로써, 생태 위기는 신앙인 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사는 전 인류가 함께 긴급함을 인식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교황은 매우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각 측면들을 하나씩 짚어간다.

자연 생태의 위기, 황폐화된 지구

그 첫 머리에는 자연 환경의 오염과 기후 변화가 놓인다.

- 오염, 쓰레기, 버리는 문화(20~26항) : 심각한 환경 오염은 ‘버리는 문화’ 때문이므로 재사용과 재활용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 공공재인 기후(23~26항) : 기후는 공공의 재화이다. 기후 변화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사회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더 많은 자원과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가진 이들은 문제를 호도하거나 가리는데 급급한다. 이 비극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 것은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이고, 기후 보전은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 물 문제(27~31항) : 오염된 물로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고, 대수층(帶水層)은 공장과 도시의 폐수로 끊임없이 오염되고 있다.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보편적인 기본 인권입니다.” 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고, 가난한 이들이 물에 접근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생명권을 부인하는 것’이다.

- 생물다양성 감소(32~42항) : 인간이 초래한 식물과 동물의 멸종은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타날 결과들을 예측할 수 없게 한다. 이것들은 착취할 ‘자원’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그 가치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이 있는 지역을 보호하는 것은 생태계 균형과 생명의 균형을 이루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데, 종종 초국가적인 경제 이익은 이러한 보호를 저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회칙 「찬미를 받으소서」를 통해 생태 위기 해결책은 일부 사람들만이 누리는 지나친 선택적 소비주의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쓰레기로 인해 오염된 토양 모습.

인간 생태 위기, 가난한 이들과 불평등

위기는 자연 생태에만 닥친 것은 아니다. 회칙은 위기 현상에 대한 설명 절반을 인간 삶과 사회 위기, 인간 생태 위기에 할애한다.

- 인간 삶의 질 저하와 사회 붕괴(43~47항) : 현재 개발의 모습은 인류 대부분의 삶의 질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지난 두 세기의 성장이 늘 온전한 발전을 이끌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도시들은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체계를 갖고 있으며 에너지와 물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 그리하여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는 곳이 되고 일부 특권층을 위하여 보존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연과의 접촉이 제한된다.

- 세계적 불평등(48~52항) : 환경과 사회 훼손은 지구촌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주 이들은 ‘단순한 부수적 피해자들’로 여겨진다. 그러나 참된 생태학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되고, 따라서 지구 환경과 가난한 이들의 외침 모두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생태 위기의 해결책은 출생률 감소가 아니라 일부 사람들만이 누리는 ‘지나친 선택적 소비주의’에 대응하는 것이다.

- 미약한 반응(53~59항) :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겪는 비극에 대한 반응이 미약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긍정적인 예들이 없지는 않지만, ‘자기만족과 커다란 부주의’가 팽배하다. 생활 양식, 생산과 소비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마음이 부족하다.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

다양한 의견들, 정직한 ‘대화’ 필요

제1장 말미에서 회칙은 ‘다양한 의견’(60~61항)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한편. 교회가 구체적인 정책을 해답으로 제시할 수는 없음을 주지시킨다. 현상의 분석과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과 접근법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극단의 한쪽에는 새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아무런 윤리적 고려나 깊은 변화도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또 다른 극단은 인간 존재와 인간의 환경 문제 개입 자체가 모두 자연을 해치는 일이기에 지구상의 인구가 감소돼야 하고 모든 형태의 개입이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황은 해결책이 이 양 극단 사이 어느 지점에서 찾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다양한 제안이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통합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문가들 사이의 정직한 대화가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지구가 이미 심각하게 황폐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회칙은 권고한다.

이 대목에서 회칙은, 여전히 희망은 있지만 “상황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에서 사회적, 심지어 재정과 금융 위기가 빈발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한다. ‘종말론적 예언’까지는 아니어도 오늘날 인류의 다양한 당면 문제들은 서로 깊이 연결돼 있고, 현재 지구촌의 체제는 모든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형태’가 아니라고 교황은 명백하게 말한다.

교황은 회칙 제1장 마지막 부분에서 문제의 긴박함과 즉각적인 행동 개시의 필요성을, 전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해 강조한다.

“우리 별의 곳곳을 살펴 보면, 우리는 인류가 하느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즉각 알게 될 것입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01년 1월 17일, 일반 알현 연설 중에서)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