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산과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지친 삶에 여유를 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가까운 곳, 도심 속에서 나만의 특별한 쉼표를 찍어보면 어떨까. 팍팍한 일상을 떨쳐내고 자유롭게 걸으며 즐길 수 있는 대구 도심 골목길로 함께 떠나자.
근대 골목, 100년 역사를 만나다
대구 중구 계산주교좌성당을 중심으로 근대 골목길이 이어진다. ‘한국관광 100선’에 뽑힌 이 길에는 3·1만세 운동길, 이상화 고택, 약령시 등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지자체에서 만든 투어코스만 5곳.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구의 무더위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계산성당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우선 성당 앞 횡단보도를 건너 200m 걸어가면 ‘3·1만세 운동길’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면 계산성당과 중구 전경이 펼쳐진다. 청라언덕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제일교회와 의료선교 박물관이 있다.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대구에서 제일 큰 전통시장 ‘서문시장’이다. 시원한 콩국수, 뜨끈한 칼국수, 호떡, 떡볶이… 곳곳에 먹을거리다.
금강산도 식후경. 허기를 달랬다면, 다시 계산성당으로 돌아가 걸어보자. 이번엔 한방특구인 ‘약령시’다. 계산성당 옆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저항시를 쓴 이상화 시인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 고택을 돌아 약령시를 둘러볼 수 있다. 한약재를 파는 약업사들이 줄이어 있는 곳, 약전골목이다. 모처럼 걸어 다리가 아프다면 한의약박물관(월요일 휴관) 마당 나무그늘 아래 족욕탕에서 잠시 쉬어가자.
여기서 또 다른 길이 이어지는데, 바로 진골목이다. ‘긴 골목’이란 뜻이다. 모퉁이마다 근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시내 번화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마치 시골 읍내 골목을 걷는 듯하다. 10분가량 걸어가면 대구 중심 동성로가 나온다.
도심에서 영성을 만나다
골목문화가 발달한 대구, 번화가인 동성로도 골목 골목이 이어진다. 패션거리로 유명한 ‘야시골목’엔 옷집들이 즐비하고, 이 골목 앞에 삼덕젊은이성당이 자리한다. 젊은이들의 거리 동성로, 여름보다 더 뜨겁다. 패션과 유행이 여기서 시작되고, 커피공화국이란 말답게 어디를 가도 카페 천국이다.
보다 색다른 카페를 들리고 싶다면, ‘카페 베네인’을 추천한다. 삼덕젊은이성당 후문에서 신피부과로 이어지는 골목,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공평동 분원 1층에 있다. 허 마리 요한 분원장 수녀가 직접 커피를 내린다. 2층 경당에서는 성체조배는 물론 수녀원 기도 시간에 함께 할 수도 있다. 영적 쉼표를 찍었다면, 마지막으로 이곳을 가보자.
영원한 청춘을 노래하다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해질녘에 걸어보면 더 좋다. 삼덕젊은이성당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계산성당에서는 달구벌대로를 따라 수성교 방향으로 30∼40분 걸어야 한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벽화 길을 따라 김광석의 노래가 아련히 흐른다. 통기타를 치는 김광석,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을 만나는 짧지만, 감성 여행이다. 바로 옆 방천시장에는 예술가들 공방이 모여 있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있다. 도심 속 여행. 스치듯 지나간 길에서 의미를 찾고, 발길 닿는 곳곳 새로운 추억이 쌓인다. 나를 위한 시간, 쉼과 여유, 그 하나로 좋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