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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남북 화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임순희

임순희 (헬레나·서울대교구 민화위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5-06-30 수정일 2015-06-30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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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꼭 안아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화해…. 그러나 막상 실천에 옮기면 말처럼 순조롭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풍요와 정신적 여유를 즐기며 사는 남쪽이 먼저 북쪽을 안아주려 할 때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칫 북쪽으로 하여금 의도하지 않은 오해만 더 쌓이게 하고, 결국은 화해를 위해 내민 손이 거센 저항에 꺾일 수도 있다.

화해를 위해 내미는 손에는 화해를 갈망하는 진정한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른바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담아 내민 손을 북쪽이 묵살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부할 수도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세월 동안 그러한 태도를 보여 우리 마음을 안타깝게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사실 남북 화해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거듭했음은 북쪽에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남쪽은 진정한 마음이었다고 해도 북쪽에게는 미흡했을 수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남북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화해를 모색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꼭 마음속에 두고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진정성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의 당위성에만 집착하여 화해를 강변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세월에 이루어졌던 남북 화해 과정에서 우리가 범한 잘못과 오류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스스로에게 묻고 성찰하며 진정성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화해의 상대인 북쪽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해야 한다. 북한 당국뿐 아니라 북한 주민이 어떠한 생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잘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내적 통합, 곧 사람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남북통일이 완성된다고 할 때,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은 통일의 필수 선행과제이다. 또 화해의 모든 과정에서 남북 사이에 대화가 끊기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은 남과 북 모두 함께해야 한다. 남북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며, 대화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하면 남북 화해는 한층 수월하게 진행될 뿐 아니라 정말로 의미있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실상 폐쇄적이고 유일독재체제인 북한에 대해 위와 같은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력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일단은 우리부터 시작해 보는 거다.

우리 주변에는 남북 화해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모습들이 적지 않다. 그러한 모습들 가운데 특히 북한이탈주민과 남북 이산가족의 삶, 그리고 북한주민의 실상은 남북 화해에 있어 주체인 우리가 꼭 알고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들이다. 이들 삶의 실상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과 이해의 실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다양성에 의의를 둔 서로 다른 판단과 이해보다 이념성을 내재한 서로 다른 판단과 이해가 남북 화해의 본질과 의의를 희석, 또는 훼손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임순희 (헬레나·서울대교구 민화위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