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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교수의 병영일기] 공수 훈련의 아찔한 추억

이강호 소령(노바토·육군사관학교 교수)
입력일 2015-06-30 수정일 2015-06-30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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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국가 수호 위한 하느님 자녀
모든 것 주님께 맡기고 훈련 매진하길
1998년 7월, 육군사관학교 3학년 생도였던 저는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하기군사훈련의 필수 과정인 공수기본교육을 받고 있었지요. 마침내 훈련의 대미를 장식할 ‘강하’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아침 일찍 비행장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C-130 수송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고개를 돌려 동기생들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이었습니다. 비행기는 이윽고 강하지점(Drop Zone) 상공에 도착했고, 강하조장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강하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며 세찬 바람이 기내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곧이어 강하를 알리는 ‘그린라이트’가 켜지고, 우리 조원들은 ‘강하!’라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지상 800미터 창공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저는 아찔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낙하산이 펴지기 전까지 100여 미터를 자유 낙하하는데, 그 4~5초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그 짧은 시간에 ‘혹시 낙하산이 펴지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과 공포심에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살려주세요!’ 그 순간 주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낙하산이 펴지며 몸이 위로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성호를 그었습니다.

영광스러운 공수휘장을 왼쪽 가슴에 다는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한여름의 살인 더위와 기습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와 동기생들은 상의를 벗고 훈련장 바닥을 기면서 PT체조를 지독하게 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땀으로 샤워를 할 정도로 체력단련을 하고 나면, 전투복은 이내 소금기로 가득해졌습니다. 당시 훈련장 곳곳에 붙어 있는 특전용사들의 구호, ‘안 되면 되게 하라’를 보면서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더욱 강인하게 단련했습니다. 드디어 1주차 체력훈련과 2주차 지상훈련(착지, 공중동작, 모형문)을 받고 나니,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강해져 어떠한 고통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주차, 총 4회에 걸친 ‘자격 강하’를 무사히 마쳐 성공적으로 공수훈련을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7년 전 공수훈련을 받으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루카 17,19)라는 성경 말씀처럼, 굳은 믿음으로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했더니 주님께서 저를 죽음의 공포에서 구해주셨다고 믿습니다. 무더위와 싸우며 심신을 단련하고 있는 후배 생도들에게 당부합니다. 평시 훈련에서 흘리는 땀 한 방울은 전시에 피 한 방울과 같습니다. 그러니 칼보다 강한 훈련에 매진하길 바랍니다. 하기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가톨릭신자 생도들도 저의 경험과 같이 모든 것을 주님께 온전히 맡기고 주어진 훈련에 최선을 다한다면, 투철한 군인정신을 함양함은 물론 강인한 체력 또한 연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대들은 국가 수호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주님을 향한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행동으로 실천하길 기도합니다. 아멘.

이강호 소령(노바토·육군사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