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메르스와 건강한 신앙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5-06-30 수정일 2015-06-30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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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확산이 진정세를 보인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요즘이다. 메르스의 영향은 교회 안에서도 역력했다. 각종 행사가 취소됐고,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감소했다. 입구에 성수를 치우거나 손 세정제를 비치한 성당도 많았다. 그런 중에 취재 현장에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가 머리를 맴돌아 건강한 신앙에 관해 생각하게 해줬다.

“여기(성당)는 그런 거(메르스) 안 걸려요.”

한 자매님이 마스크를 쓴 신자에게 한 말이었다. 지나가듯 하는 말이었고, 그 이상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다만 그 목소리에서 ‘성당은 하느님이 지켜주시니 전염병에 걸릴 리가 없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성당에서는 전염병에 옮지 않을까? 그야 당연히 옮는다.

주일 미사에는 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접촉이 많고, 전염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국 여러 교구도 지침을 내려 주의를 당부했다. 하느님의 보호를 믿는 것은 좋지만, ‘하느님이 지켜주시니 괜찮다’고만 과도하게 확신하는 것을 건강한 신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득 소년십자군의 일화가 생각난다.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모였다는 3만 명의 소년들의 이야기다. 소년들은 성경에 나오듯 바다가 갈라질 것을 의심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보호를 받아 성지를 탈환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바다가 갈라지는 일은 없었고 소년들은 성지에 가보지도 못한 채 죽거나 상인들에게 속아 노예로 팔려갔다고 한다.

물론 소년십자군 일화는 전해 오는 이야기로 실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편향되고 맹목적 믿음이 불러올 수 있는 화(禍)를 짐작하게 해준다.

메르스 확산에 면역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몸의 건강도 챙기면서 스스로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