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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지킴이를 찾아서]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06-24 수정일 2015-06-24 발행일 2015-06-28 제 295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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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성의식 바로잡기, 올바른 교육이 급선무”
일부 학교 축제, 도 넘어선 선정성 연출
교육자들조차 성윤리 못 갖춘 경우 많아
“자기 행동 책임지는 문화 만들어져야”
‘해본년’, ‘많이한놈’, ‘내일할놈’, ‘해줘 82(빨리)’, ‘따먹고 15(싶어)’, ‘키스방 에이스’, ‘안마방 에이스’….

최근 한 고등학교 체육대회에서 전교생들이 입고 나선 단체 티셔츠 문구들이다. 변종 성매매업소로 자리 잡고 있는 키스방과 안마방도 동아리방 마냥 별스럽지 않게 언급하고 있다. 포르노그래피에서 특정 성행위 자세를 뜻하는 숫자가 새겨진 옷도 다양했다. 게다가 이 학교 교사는 ‘진짜해본놈’ 이란 문구가 큼직하게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학생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일부 축제들에서 도를 넘어선 선정성이 연출되고 있다. 학교 축제가 아니라 일종의 섹스 박람회 풍경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베네딕토) 소장은 “그릇된 청소년 축제 문화에 대해 교육적 개입이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시·도 교육감 등에게 건의문을 보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광호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왜곡시키는 일부 그릇된 대중문화와 기업문화 등을 읽어내고, 이에 관한 개선 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생명문화운동가’이다. 최근엔 선정적인 학교 축제 실태 뿐 아니라 담배와 콘돔을 사탕과 나란히 두고 판매하는 비윤리적인 마케팅 전략 등을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드는 ‘죽음의 문화’, 특히 청소년들의 왜곡된 성의식과 행동 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육이 관건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일선 교육자들조차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소장은 “한 예로 여중·고등학생들이 돈을 받고 출장 댄스를 나갈 만큼 청소년들의 성태도에 문제점을 보이지만, 교육자들이 이러한 실태를 인지하고 학생들의 태도를 바로 잡도록 이끄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교육자들이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선정적인 춤을 춘 학생을 정학시킨 사례, 러시아에서도 축제에서 연출되는 야한 장면 등을 묵과한 고등학교 교장을 징계하고 학교 문을 닫는 사례 등이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교육자들조차 올바른 성윤리를 갖추지 못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 소장은 “학교 정책이나 지침 등이 총체적으로 변화되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이 또한 청소년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폐단에 대해 교회 안팎에서 즉각적으로 성찰하고 인문학적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문화를 다시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배웁니다. 특히 우리 사회 청소년들은 강한 성적 코드를 내세운 ‘아이돌문화’ 등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게 하는 매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이 소장은 최근 문을 연 교육 공동체 ‘사랑과 책임 연구소’를 통해 청소년 단기 연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당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청소년들 스스로가 토의와 면담, 고해성사 등을 통해 각자 의식과 행동의 문제점을 교정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피임만 잘하면 성행위도 괜찮다’는 식의 피임교육이 아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전문 봉사자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양성 과정은 ‘미디어 시대의 성교육’ 기초 및 심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각 기관단체, 본당, 교구 등에서 요청하면 내용 구성과 기간을 맞춤식으로도 제공한다.

※문의 blog.daum.net/prolifecorpus ‘사랑과 책임 연구소’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