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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특집] 아끼고 나누고 - 서울 대림동본당 ‘카페 인데오’(in Deo)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5-05-26 수정일 2015-05-26 발행일 2015-05-31 제 294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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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생명 먹거리 속에서 ‘환경’을 알린다
유기농·우리농 제품만 사용
높은 원가 탓에 수익 거의 없어
1년만에 지역 명소로 발돋움
서울 대림동본당 ‘카페 인데오’ 전경.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하고, 이웃들과 그 생각을 나누는 이들이 있다. 환경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들을 소개한다.

잔잔히 울려 퍼지는 음악, 식욕을 돋우는 맛있는 냄새. ‘성당 안에 이렇게 멋진 카페가 있었나’만 생각한다면 카페 인데오(in Deo, 하느님 안에서)의 겉모습만 본 셈이다. 서울 대림동본당(주임 이성원 신부) 카페 인데오는 오로지 환경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누기 위해 태어난 카페다.

가난한 나라의 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가장 우수한 품질의 유기농 원두를 사들여 커피를 만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농 제품만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떡갈비 버거, 샌드위치, 스파게티, 제철 과일주스, 유정란 오믈렛 등. 카페 한편에는 우리농 직매장이 있어 신자들과 지역주민들이 수시로 다양한 우리농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농 제품으로만 음식을 만들다 보니 유전자조작농산물이나 방부제 등이 첨가될 걱정은 없다. 지난해 7월, 차량 1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없애고 카페를 만들 때만해도 신자들은 반신반의하거나 제품이 비싸다는 불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카페 인데오는 본당 신자들과 지역주민들이 모임을 갖는 것은 물론 인근 강남성심병원 의료진과 환자들이 다녀가는 친교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성원 신부는 “유기농이 하나의 판매 홍보 전략으로 사용되는 요즘, 진정한 생태적 삶을 생각하고 신자들과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며 “서민들도 생명의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고, 음식을 귀하게 다루는 것이 사람을 귀하게 다루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페 설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 신부는 직접 커피를 만들고 지역 청년 5명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 성모상 앞에 꽃을 심고 시화를 전시하는 등 신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우리농 제품의 원가가 높은 데다가 가격은 3000~7000원대를 유지하려다보니 남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카페 인데오는 환경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그 생각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요즘은 여름철을 맞아 ‘우리농 빙수’를 준비 중이다. 유기농 우유를 사용한 빙수 위에 우리농 미숫가루, 인절미, 팥 등을 올릴 예정이다.

점장 엄지영(프란체스카)씨는 “오래전 다른 곳에서 일을 했을 때는 생명의 먹거리를 나눠야 한다는 마음과 상업적 이득 가운데서 직업적 갈등이 많았다”며 “도농을 연결하고 환경에 대한 생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카페 인데오”라고 전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