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톨릭 수녀와 원불교 교무의 의미있는 만남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5-05-26 수정일 2015-05-26 발행일 2015-05-31 제 294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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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성경 보며 ‘쉼표’… 내려놓음 참 의미 깨닫다  
6월 3~9일 명동 갤러리1898서 전시
중국 유학 중 만난 인연 지금도 계속
종교색 강하지만 구도의 ‘조화’ 이뤄
박은경 수녀의 초와 김성주 교무의 그림.
따뜻한 색감의 연꽃을 머금은 원불교의 일원화(一圓畵) 앞에서 성경 장면을 담은 양초가 타닥타닥 타들어간다.

‘삶의 쉼표’라는 주제로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박은경 수녀(레나·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와 원불교 김성주 교무가 손을 잡은 독특한 자리다.

2009년 중국에 파견돼 연길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도중 만난 이들은 수도생활을 한다는 것 외에도 양초공예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졌다. 미술세계 안에서 만난 이들은 이제 즐거움과 어려움을 나누는 ‘동행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이들은 수도생활과 수행생활 가운데 짬짬이 나는 쉬는 시간을 작품으로 봉헌한다. 허락된 쉼을 묵상하며 찬찬히 작업한 그들의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쉼을 내어준다.

김성주 교무
박은경 수녀

“첫 서원하면서부터 양초공예를 시작했으니 이제 만 23년이 됐어요. 저는 초를 작업할 때 하느님께 오롯이 다가선다는 느낌이 들어 가장 행복해요. 초는 자기를 태워 봉헌한다는 의미가 있고, 그만큼의 열정이 담겨 있잖아요.”

박 수녀는 초를 파내 조각하는 것이 아닌, 초 모양 그대로를 살려 작업한다. 때때로 금줄을 두르는 것 외에는 초판을 붙이거나 촛농을 떨어뜨리는 등 모든 재료를 양초로 쓴다.

김 교무의 그림 또한 무명천 위에 천연염료를 직접 만들어 그린 것이 많다.

같은 전시실을 쓰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고유의 공간에 전시했다. 한편으로는 양초들이 예수님의 생애, 묵상 초, 전례주년 등을 나타내며 놓여지고, 다른 한편에는 김 교무의 연꽃 그림들이 걸린다. 양편으로 작품들을 바라보며 편안히 걷다보면 한 지점에서 그들의 작품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친구를 떠올리며 작업한 작품들도 있다. 박 수녀를 생각하며 중국에서 작업하는 김 교무의 작품은 아직 비밀(?)이지만, 박 수녀는 김 교무를 떠올리며 양초에 연꽃을 곱게 그려 넣었다. 오래 전에도 연꽃초를 선물해 원불교 교당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자신을 태워 봉헌하는 초와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연꽃을 보시면서 자신도 스스로 비워지는 체험을 하시길 권합니다. 내려놓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을 비운다면 ‘진리’를 위해 더욱 정열적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요.”

박 수녀와 김 교무의 전시 ‘삶의 쉼표’는 6월 3~9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에 찍힐 예정이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