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점점 확산되는 교회 내 청소년·청년 해외 봉사활동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입력일 2015-05-26 수정일 2015-05-26 발행일 2015-05-31 제 294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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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품 NO, 배움 YES”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며 불평 사라져
자기중심적 생각 벗어나 공동체 돌아봐
현지 상황 파악하며 체계적 준비
가톨릭 정신 바탕해 활동 펼쳐야
“몽골에서의 봉사활동은 나눔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 꿈을 키우게 되는 계기를 북돋아 준 멋진 시간이었습니다.”(탤런트 이인혜 데레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청년자원활동단 띠앗누리 14기)

조카와 함께 띠앗누리 제4기 활동에 참가한 바 있는 탤런트 양미경씨 역시 짧은 기간이었지만 봉사의 참 의미를 되새긴 시간으로 기억한다. “한류 열풍을 말하지만 정작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많은 나라들이 도움을 줬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나아가 전세계의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청년들, 김다해(아녜스·31), 박진솔(아녜스·29), 이혜진(크리스티나·31), 정문선(보나·29)씨 4명은 모두 띠앗누리 출신이다. 박진솔씨는 “우리의 활동은 지구촌 이웃 간의 만남”이라며 “해외 봉사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에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해주며,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살레시오회 전복남 신부는 “청소년들이 해외의 가난한 이들을 만나면 자기가 갖고 있던 불만들이 깨지게 된다”며 “당연하게 갖고 있었고 부족하면 불만스러웠던 것들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해외에서의 자원봉사 체험은 많은 변화를 참가자들에게 가져온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체험하는 변화를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봉사’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임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자만 섞인 자부심과 동정으로 당당하게 떠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준 것보다 받은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타 문화와 민족에 대한 수용적인 자세가 키워지고, 부정적인 태도들이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깊은 자아성찰과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 자기중심적이던 아이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성찰은 신앙과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불러온다.

예수회 기쁨나눔재단 염영섭 신부는 “청년 해외 자원봉사를 단순히 청년사목의 ‘유인책’으로만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올바른 방향과 사목적 전망이 수립된다면 그 가능성이 꽤 크다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 해외 자원봉사가 본격화된 것은 대체로 2010년 내외로 짐작한다. 이때를 전후해 한국 사회 전체 안에서 청년들의 해외 봉사활동이 통합적으로 추진되고,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는데, 교회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부터 종교 교육, 해외 자선 나눔, 선교 목적의 해외 봉사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그러한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고, 2010년을 전후해서는 규모와 범위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도회를 중심으로 하던 활동 주체가 교구, 지구 및 본당 차원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사목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인데, 개별 주체의 일시적 관심에서, 교구 차원으로 제도화되고 지속성과 일관성을 갖춰 심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선구적 단체는 살레시오회의 ‘국제청소년지원단’이다. 2003년 몽골에서 시작, 동티모르,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을 다녀왔다. 18차부터는 의료 및 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28차 참가자들을 모집 중이다.

필리핀 봉사활동을 펼친 살레시오회 국제청소년지원단.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띠앗누리’는 지구촌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2004년에 시작, 올해 2월까지 총 19기 19세 이상 청년 374명이 참여했다. 초기에는 단기 봉사에 그쳤지만, 현재는 사전 준비 및 후속 활동까지 통합적인 체제를 갖추고 활동은 물론 교육의 측면을 강화했다.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의 청년국제자원활동가 프로그램은 2011년 7월, 4명의 활동가를 베트남에 파견하면서 시작돼 현재는 필리핀에 집중하고 있다. 3개월의 사전 준비와 3주간의 현지 활동, 이후 다양한 사후활동으로 진행된다. 철저하게 대상 지역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구들에서는 주로 청소년청년사목 담당 부서가 주체이다. 청주교구 청소년 사도직 또래사도 해외 선교체험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필리핀 빠야타스 지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또래사도’들은 교구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하고, 수익을 현지 돕기에 사용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수원교구의 ‘세잎클로버’ 운동은 2013년에 시작됐다. 행운의 ‘네잎’이 아닌, 일상의 행복을 상징하는 ‘세잎’ 클로버 운동은 주고, 받고, 나누는 사랑의 실천 운동을 지향하며, 그 일환으로 해외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교구의 청소년법인 대건청소년회도 지속적인 해외 봉사를 실시, 올해 8월 9기를 파견한다.

대건청소년회 4기 해외 봉사단원들의 캄보디아 활동 모습.
수원교구 용인대리구 동부지구 청소년 자원봉사단의 라오스 방문.

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은 8박9일 일정의 ‘해외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피앗’을 운영한다. 약 7년 동안 6개국을 방문했고, 향후 15개국까지 방문 예정이다. 청소년사목국장 박진홍 신부는 “하느님 안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친구로 만나는” 교류 프로그램으로 ‘피앗’을 소개한다. 특히 교구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하면서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고, 이를 각 본당으로 배포, 본당 자체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을 향후의 활동 전개 방향으로 잡고 있다.

서울대교구 제3지구 청년 해외 봉사단은 해외 봉사활동이 사목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사례이다. 이미 역촌동본당 등에서 청년 해외 봉사를 실시했던 불광동본당 주임 김민수 신부는 3지구 차원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설 사무국을 설치하고 봉사자들을 확보했다. 김 신부는 해외 봉사가 사목 프로그램으로서 갖는 잠재력에 주목, 지구별, 지구들간의 연대를 도모하고, 교구 차원의 사목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생각이다.

그밖에도 대구대교구는 ‘YHY 해외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제주교구는 ‘CUM 캄보디아’ 프로그램을 매년 여름 진행한다.

청년들의 해외 자원봉사가 양과 질 모두에서 성장과 성숙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청소년청년사목의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첫째, 활동 대상 지역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철저하게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예수회 염영섭 신부는 “제대로 된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위해서는 적어도 3~5년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기 봉사는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둘째, 공여자 위주 참여 개선이다. ‘봉사’를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저개발국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선교라는 종교적인 목적이나, 인재 양성이라는 선의까지도 현지 지역과 주민들과의 동등한 관계라는 측면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셋째, 참가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다양한 현실적 제약, 특히 재정적인 부담은 프로그램의 확산과 정착에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교구 차원에서 참가 기회 확대와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교육과 홍보 강화, 그리고 이와 관련해 가톨릭 정신에 바탕을 두고 해외 자원봉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이론과 이념적인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 또 대상 지역, 특히 아시아 지역 현지 교회들에 대한 정보와 지식 등 다각적인 연구 조사가 요구된다.

다섯째, 이러한 모든 측면들을 고려, 해외 봉사활동을 통합적이고 총괄적으로 지원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의 협력과 연계 방안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관련 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소한 각 주체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에 대해 정보를 교류하고 연대를 모색할 수 있는, 느슨한 네트워크 구성도 방법이 될 것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