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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지진 특집] 계속되는 비·산사태… 구호활동 난항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5-04 수정일 2015-05-04 발행일 2015-05-10 제 294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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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소 고기 섭취도… 전염병 우려
대부분 가옥 파괴… 임시천막서 연명
외곽지역 일주일째 구조대 못 들어가
4월 29일 네팔 카트만두에 설치된 임시텐트촌. 카드만두 시내 대부분 가옥이 파괴돼 주민들이 임시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CNS】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곳곳에서 구호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4월 25일 정오경 네팔을 강타한 진도 7.8 지진으로 5월 4일 현재 7000명이 넘는 사망자와 1만4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는 4월 2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차적으로 구호자금 10만 달러를 네팔에 보냈다”고 밝혔다.

교황은 4월 25일 네팔 지진 발생 소식을 들은 직후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위로 전문을 낸 데 이어 4월 26일에는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며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지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형제적 연대의 지원을 받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네팔 각지에서 카트만두로 몰려온 청년 1500여 명도 참사 발생 직후부터 자발적으로 건물 잔해 철거 작업 등에 일손을 보태고 있다.

대학생인 수빈 조시씨는 4월 30일 “구조대를 돕기 위해 카트만두에 왔고 페이스북에 다른 청년들의 동참을 호소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전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일본 등의 안전 요원들은 네팔의 군과 경찰 병력 4만7000명을 도와 생존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네팔을 위한 기도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필리핀 에밀리오 아귀날도 대학에서 유학 중인 네팔 출신 학생 150여 명은 4월 27일 철야 촛불기도회를 열고 필리핀교회와 구호단체에 지진 피해 복구 지원을 요청했다. 필리핀교회는 네팔 유학생들 요청에 호응해 4월 28일부터 필리핀 전 교구에서 네팔 구호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네팔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 콜카타의 가톨릭신자들도 4월 27일부터 일주일간 촛불기도회를 열고 있다.

네팔대목구장 폴 시믹 주교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교회와 국제기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시믹 주교는 4월 29일에도 “수많은 이들이 가족과 집을 잃고 울부짖는 네팔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가톨릭과 타 종교, 네팔과 외국을 불문하고 지진 피해 희생자와 생존자를 위해 모든 이들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특히 가톨릭신자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과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리스도를 본받아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줄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팔 현지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진 발생 후 카트만두 시내와 주변에 긴급히 마련된 구호 센터와 치료소 등은 계속되는 비와 산사태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가톨릭통신사 ‘UCAN’ 4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네팔 카리타스 이사장 페루마나 신부(예수회)는 “지진 피해 현장에는 붕괴된 대형 건물들 잔해가 쌓여 있어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카트만두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교통과 통신이 두절돼 피해 현장에 구조대가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카트만두 시내 대부분 가옥이 파괴돼 시민들은 급히 설치된 임시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카트만두 성 하비에르대학 학장 어거스틴 토마스 신부는 4월 26일 “임시텐트에 들어가지 못한 이재민들에게 대학 운동장을 개방해 임시 보호소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못한 카트만두 외곽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 아이와 임신한 아내가 있는 람 뷰젤씨는 5월 1일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으로 울부짖고 있고 결국 죽은 물소 고기를 먹기로 결정했다. 전염병이 돌까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생존자 중 일부는 간절히 기다리던 구조대가 일주일째 나타나지 않자 “내 생명을 완전히 하느님께 맡겨 드리고 하느님의 자비를 구한다”며 성경을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